‘결핵 산후조리원’ 신생아 검사… 57명중 13명 보균 양성 판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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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판정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근무하던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3명이 결핵 보균 양성 판정을 받아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간호사에게 노출된 신생아가 120명에 이르고, 신생아들이 가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은평구의 A산후조리원 간호조무사 이모 씨(54·여)는 7월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았다. 6∼8월 병가를 낸 상황에서 이 씨는 산후조리원에 나가 근무를 했고, 지난달 24일 전염성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씨가 몸에 이상 증세를 보인 한 달 사이 신생아 120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결핵은 생후 12주가 지나야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신생아는 6월 이전에 출생한 57명인데 이들 중 13명이 결핵 보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던 김보미 씨는 “아이가 밤에 고열이 나면 눈물로 지새우는데 알면 알수록 너무 화가 나고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아직 생후 12주가 지나지 않아 검사조차 받지 못한 신생아도 57명에 이르고,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 신생아도 6명이나 돼 앞으로 보균 양성 판정 신생아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 산후조리원은 현재 문을 닫고 임시 휴업 중이다.

특히 이 산후조리원은 이 씨의 결핵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부모들에게 “아이들 결핵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 가족과 접촉한 상황이어서 2차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씨는 B동에 근무했지만 A동에 머물던 이나영 씨의 딸(생후 100일)도 최근 검사에서 보균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원 측은 당초 B동에 머물던 신생아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가 부모들이 반발하자 뒤늦게 A동까지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고 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산후조리원과 관할 보건소 측은 “결핵 항체 형성을 위한 BCG 예방 주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양성이 나올 수 있다”며 “해당 신생아들은 증상이 없는 ‘불현성 감염’이므로 결핵 환자라고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산후조리원 아기들의 결핵 보균 양성 수치가 BCG 주사로 인한 것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산후조리원은 음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에 대해 위로금 50만 원을,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에게는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피해 부모들은 산후조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결핵 보균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들은 균을 배출하는 두 가지 약을 설사 등에 시달리며 100일 이상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산후조리원 감염병 발생 인원 및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신생아는 2013년 49명에서 올해는 6월까지 27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김유림 채널A기자
#결핵#산후조리원#신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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