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기간 4년으로 연장… “고용 안정성에 도움”, “나쁜 일자리만 양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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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노동개혁]
‘비정규직 해법’ 복병으로 부상

금속노련 위원장 “노사정 합의 반대” 분신 시도 노사정 잠정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서 있는 사람)이 시너가 든 통을 들고 
책상을 뛰어넘으며 분신을 시도하고 있다. 옆에 있던 금속노련 간부가 곧바로 소화기를 뿌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CBS노컷뉴스 제공
금속노련 위원장 “노사정 합의 반대” 분신 시도 노사정 잠정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서 있는 사람)이 시너가 든 통을 들고 책상을 뛰어넘으며 분신을 시도하고 있다. 옆에 있던 금속노련 간부가 곧바로 소화기를 뿌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CBS노컷뉴스 제공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14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노사정(勞使政) 합의안을 수용하면서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비정규직의 계약 기간 및 파견 허용 대상자 확대 문제 두 가지로 옮겨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합의문에서 이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등)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 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반영토록 한다’고 결정했다. 법안 개정 시까지 추가 논의 과정에서 또 다른 난항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기간제 계약 연장과 관련해 정부는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원할 경우 회사와 합의해 현행 2년에서 4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년마다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비정규직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한시적으로나마 근무 안정성이 유지되고, 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근로자 본인이 원할 경우 시도해볼 만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파견 근로자 확대는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을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노사정위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에 제출한 ‘비정규직 대책’에 담긴 내용 중 하나다.

정부는 파견 근로 대상이 확대되면 고령자 16만3000명과 고소득 전문직 2만 명이 은퇴 이후에도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2개 업종의 제한 원칙은 유지하되 연령과 소득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금융업계 등에서 고령자들의 전문성을 살려나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득 상위 25%(약 5600만 원)’ 등의 기준을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현장 관계자, 전문가들과 함께 실태조사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노사정 내의 합의 틀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아나갈 것”이라며 “국회도 합의 내용을 존중해 입법 과정에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이 결국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을 되레 연장 및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강훈중 대변인은 “정부는 기간 연장을 원하는 비정규직이, 원하지 않는 비정규직보다 많다고 하지만 노총이 설문조사를 해보면 반대”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파견 확대안은 사용자 입맛대로 근로자를 쓰면서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의 유연성 확대를 강조해온 경영계의 요구는 정부 방침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수준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근무 기간과 관련해 경영계는 아예 “근무 기간 제한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법에 따라 인위적이고 획일적으로 사용 기간을 제한하기보다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 기간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고용 안정 및 고용 기간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 노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미국, 호주 등은 사용 기간 제한이 없고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규제하는 나라에서도 한국처럼 경직된 법을 가진 사례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설사 사용 기간을 두더라도 신규 창업 기업에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령 독일은 신규 창업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기존의 2년에서 4년으로 허용하는 등 사용 기간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파견 근로자의 인정 범위와 관련해서도 “파견 허용 업무를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허용 업무를 법에 규정)에서 네거티브 방식(금지 업무를 법에 규정)으로 바꿔 달라”는 입장이다. 근로자 파견이 가능한 32개 업종을 규정하는 식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파견을 허용하되 제조업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일부 업종만 ‘파견 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업종’으로 일일이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이 방식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실제 수요가 많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근로자 파견이 금지돼 있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산업계는 지적한다.

경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국 중 파견 사유와 기간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국가가 15개국에 이를 정도로 규제 완화가 진행 중이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이샘물·정세진 기자
#비정규직#고용안전성#나쁜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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