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사 출신 합참의장 이순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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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최윤희 이어 非육사 출신 발탁
육군총장 장준규, 공군총장 정경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현집 임명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합참의장에 육군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제2작전사령관(61·14기·사진)을 발탁했다. 합참의장에 3사 출신이 기용된 건 건군 이래 처음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해군 출신 최윤희 합참의장에 이어 비(非)육군사관학교 출신 인사가 이어진 것이다.

이날 군 인사로 전군에 8명인 현역 대장 중 올해 2월 취임한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을 제외한 7명이 경질과 승진으로 교체되거나 보직이 바뀌었다. 육군참모총장에는 장준규 제1군사령관(58·육사 36기), 공군참모총장에 정경두 합참 전략기획본부장(55·공군사관학교 30기),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에 김현집 제3군사령관(58·육사 36기)이 임명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군을 안정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원만한 리더십에 무색무취한 데다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출신이다. 3사 14기는 임관 시기로 볼 때 육사 33기에 해당한다.

이번 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인 육사 37기 가운데 3명이 대장으로 진급했다. 반면 친박지만계로 통하면서 진급설이 나왔던 이재수 3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신원식 합참 차장은 제외됐다.  
▼ 대장 8명중 7명 교체… 軍쇄신 ‘고삐’ ▼

첫 3사 출신 합참의장 발탁

국방장관 해외출장중 단행 이례적… 공군총장, 29기 제치고 30기 임명
잇단 비리-기강해이에 경고 성격… 박지만 육사 동기 3명 대장 진급
‘실세’ 뒷말 이재수-신원식 제외

이번 대장 인사에는 각종 비리와 기강 해이가 이어진 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불신이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이 신뢰를 되찾도록 혁신하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끌고 갈 성품의 인물을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군을 혁신하려면 군심을 모을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도력 부족으로 사고와 구설을 일으킬 사람이 수뇌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지난해 8월 임명)과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지난해 4월 임명)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지난해 7월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이후 군내에서 불거진 각종 구타 가혹행위와 성추행 문제로 지휘력을 의심받았다. 지난해 1군사령관 시절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운동을 주도한 장준규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병영 문화 혁신을 주도할 인물로 평가된다.

최 총장은 공금을 유용해 공관에 호화 집기를 들여놓고 가족이 업무용 관용차 등을 사용한 의혹을 받았다. 국방부 감사를 받은 끝에 경고를 받는 등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사 28기인 최 총장에 이어 30기인 신임 정경두 총장이 선배 기수인 29기를 뛰어넘어 발탁된 것도 주목된다. 공군 장성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사 기수를 뛰어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29기는 10월 장성 인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군 수뇌부 인사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해외 출장 중에 전격 단행됐다. 한 장관은 10∼15일 일정으로 호주 필리핀을 방문해 외교·국방장관 회담 등을 했다. 15일 새벽에 귀국하는데도 14일에 인사를 발표한 것을 두고 한 장관으로서는 ‘물을 먹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군에 혁신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육군사관학교 출신 합참의장을 잇달아 임명한 것도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견제의 측면으로 풀이된다. 합참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군 수뇌부는 인사청문회 없이 바로 임명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15일 국무회의를 거쳐 16일 임명된다.

이로써 22일(공군), 23일(육군)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는 새 참모총장들이 참석한다. 지금까지의 비리, 기강 해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7명 중 충남이 3명, 서울이 2명, 대구와 경남 출신이 각각 1명이었다. 호남 출신은 없었다.

박지만 씨와 동기인 육사 37기에서 친박지만계로 알려진 이재수 부사령관과 신원식 차장 등은 진급에서 제외됐다. 2012년 대선 때부터 군 실세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들이다.

37기에서는 김영식 육군항공작전사령관(57)이 제1군사령관, 엄기학 합참 작전본부장(58)이 제3군사령관, 박찬주 육군참모차장(57)이 제2작전사령관에 각각 임명됐다. 37기 승진자 결정 과정에 벌어진 파워게임에서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순진 합참의장 △대구 △대구고 △3사 14기 △제2사단장 △합참 민군심리전부장 △수도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충남 서산 △경동고 △육사 36기 △특수전사령관 △제1군사령관

▽정경두 공군참모총장 △경남 진주 △대아고 △공사 30기 △공군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김현집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대전 △대전고 △육사 36기 △합동참모차장 △제3군사령관

▽김영식 제1군사령관 △서울 △충암고 △육사 37기 △제5군단장 △육군항공작전사령관

▽엄기학 제3군사령관 △서울 △보성고 △육사 37기 △제1군단장 △합참 작전본부장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충남 천안 △천안고 △육사 37기 △제7군단장 △육군참모차장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3사#합참의장#육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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