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전쟁처럼 싸우는, 그게 내 축구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5일 05시 45분


‘한국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승우(FC바르셀로나 B팀)는 11세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세계축구를 주름잡을 유망주로 성장했다. 냉정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의 축구는 간절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스스로 ‘대견하다’고 했다. 2015 U-17 월드컵(칠레)을 앞둔 이승우가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승우(FC바르셀로나 B팀)는 11세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세계축구를 주름잡을 유망주로 성장했다. 냉정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의 축구는 간절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스스로 ‘대견하다’고 했다. 2015 U-17 월드컵(칠레)을 앞둔 이승우가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U-17 월드컵 앞둔 ‘한국축구의 미래’ 이승우

‘라 마시아’선 전쟁하듯 뛰었는데
한국선수들은 예쁘게 볼을 찬다
난 더럽게, 때론 럭비처럼 축구한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기 때문이다


“얌전한 축구? 예쁜 축구? 그렇게 해선 버틸 수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난 싸워야 했다. 그게 내 축구다.”

박지성(34·은퇴)이 한국축구의 과거라면, 현재는 손흥민(23·토트넘), 미래는 이승우(17·FC바르셀로나 B팀)다. 이승우는 11세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축구를 주름잡을 유망주로 성장했다. 빼어난 실력만이 아니다. 때론 당차다 못해 ‘건방지다’는 소리도 듣는다. ‘핫핑크’로 물들인 머리로 그라운드를 누벼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한국축구에 이승우 같은 스타일은 없었다’는 평가는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2015 17세 이하(U-17) 월드컵(칠레·10월 18일∼11월 9일)을 앞두고 개인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만났다. 이승우는 17일 대표팀에 재소집돼 칠레월드컵을 향한 본격 담금질에 돌입한다.

● 칠레월드컵,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가고 싶다!

이승우가 주축으로 나선 수원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대회(수원컵·9월 2∼6일)에서 한국은 2무1패로 4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수원컵이 끝난 뒤 “아직 보여줄 게 많다”며 아쉬움을 삭혔던 그는 “좋은 경험을 했다. 보완할 점을 채워 장점을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FC바르셀로나에 내린 징계 탓에 2년 넘게 소속팀에서 실전을 뛰지 못하고 있는 그는 “브라질과의 3차전 때는 제대로 뛰지 못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며 “아직 한달여 시간이 남아있다. 체력과 경기감각을 끌어올려 조별리그를 넘어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가고 싶다”고 밝혔다.

●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고, 이겨내야만 했다!

U-17 대표팀 최진철 감독은 “이승우의 최대 강점은 승부욕”이라고 설명했다. 찬스를 놓치면 광고판을 걷어 차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자 강한 승부욕의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이승우에게 축구는 어떤 의미일까.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만 모인다는 곳, FC바르셀로나 유소년시스템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져야만 했다. 11세 소년은 생존을 위해 축구를 했다. “모든 선수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버텨야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내게 누군가는 천재라고 하고 노력이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면서 전쟁하듯 축구를 했다.”

● 중2병? 사춘기? 내겐 그럴 여유조차 없다!

평범한 길을 걸었다면 소년티를 벗지 못한 고교 2학년이었을 터. 이승우는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내 또래 친구들이 겪었을 중2병, 사춘기 그런 것을 난 겪어보지 못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며 “난 어린 나이에 살아남기 위해 축구를 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버텨온, 살아남은 내가 고맙고 대견하기도 하다.” 한마디 곁들였다. “지금 한국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성실하게, 예쁘게 볼을 차는 것 같다. 난 경기장 안에선 더럽게, 축구인지 때론 럭비인지 모르게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이승우였다.

아쉬움과 함께 팬들에게 약속도 전했다. “그동안 내 몸 상태가 최고의 모습일 때 한국에 온 적이 한번도 없다. 아직까지 내가 가진 모습의 20, 30%밖에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최고의 선수가 돼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 이승우는?

▲생년월일=1998년 1월 6일
▲출생지=수원
▲출신교=대동초∼광성중 중퇴
▲키·몸무게=170cm·64kg
▲가족관계=아버지 이영재 씨-어머니 최순영 씨의 2남 중 막내
▲소속팀=스페인 FC바르셀로나 B팀(성인 2군)
▲주요 경력=2011년 바르셀로나와 계약∼인판틸A(14세 이하) 28경기 38골∼카데테B(14∼15세) 14경기 22골∼2014 AFC 16세 이하 챔피언십 득점왕(5골)·MVP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