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정근우 “허슬플레이가 없다면 나 정근우도 없을 것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5일 05시 45분


한화 정근우(오른쪽)는 스프링캠프에서 턱을 다치면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복귀 직후에는 1할에 못 미치는 타율로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려 KBO리그 사상 첫 10년 연속 20도루의 금자탑을 쌓는 한편 타율도 3할 너머로 끌어올렸다. 한화의 가을야구를 위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한화 정근우(오른쪽)는 스프링캠프에서 턱을 다치면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복귀 직후에는 1할에 못 미치는 타율로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려 KBO리그 사상 첫 10년 연속 20도루의 금자탑을 쌓는 한편 타율도 3할 너머로 끌어올렸다. 한화의 가을야구를 위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 한화 정근우

시즌 초반, 프로 들어와 가장 힘든 시기 보내
순발력 떨어져 나다운 플레이 못해 노심초사
전광판 숫자 올라가는 재미…타율 3할 찍어

10년 연속 20도루 성실해야 달성하는 기록
마지막까지 5위 안에 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운수 나쁜 해’로 지나갈 것만 같았기에 더욱 그렇다. 스프링캠프에서 뜻하지 않은 턱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 여파로 개막 이후 한동안 재활훈련에만 매달렸다. 서둘러 1군에 합류했지만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4월 29일까지 타율은 0.056(18타수 1안타). ‘팔푼이’, ‘칠푼이’도 되지 못하는 ‘오푼이’로 한동안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내려갈 팀이 내려가는 것’처럼, ‘올라갈 선수는 올라가는 법’일까. 한화 타선의 터보엔진 정근우(33). 어느새 시즌 타율은 3할을 넘어섰고(14일 현재 0.311), 사상 최초 10년 연속 20도루의 금자탑도 쌓았다. 한화의 5위 입성과 ‘2015 프리미어 12’ 태극마크를 향해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는 그를 만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부상, 부진, 그리고 3할 타율

-스프링캠프에서 다쳐 고생이 많았다.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는데, 고지에서 오키나와로 넘어가기 직전 다치고 말았다. 턱을 다치면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턱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없었다. 한참 몸을 만들고 감각을 찾아야 할 시기에 다쳐 많이 아쉬웠다.”

-시즌 초반 부진했는데.

“턱 부상으로 인해 중요한 시기에 훈련을 하지 못해 체중이 증가하고, 결국 순발력이 떨어졌다. 수비범위가 좁아졌고, 캐치도 불안했다. 타격감도 좋지 않았다. 타석에서 분명히 노리고 있는 공이 들어왔는데도 많이 놓쳤다. 프로에 들어와 가장 힘든 4∼5월이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그래도 타율은 어디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올릴 거라 믿었다. 가장 불안했던 것은 순발력이었다. 한번 떨어진 순발력이 과연 회복될까 싶어 굉장히 걱정됐다. 순발력이 없으면 나다운 플레이를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어코 타율이 3할대로 올라섰다.

“솔직히 3할까지는 상상도 못했다. 무조건 매 경기 5할 정도 쳐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갔다. 속으로 전광판 숫자도 보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인 이상 안 보게 되나.(웃음) 어느 날 문득문득 전광판을 보면 숫자가 올라가는 재미가 있더라. 그 재미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렇게 3할로 올라서다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3할을 치다, 2012년부터 최근 3년간은 3할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 시즌 4년 만에 3할에 도전 중인데.


“맞다. 지금 3할이라고 해서 만족해선 안 된다. 더 올라야 한다. 작년에도 3할을 기록하다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시즌 최종 타율이 2할대(0.295)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 사상 최초 10년 연속 20도루에 관하여

-1일 청주 KIA전에서 10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했다. 사상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나에겐 의미가 큰 기록인 것 같다. 작년 9년 연속 20도루를 하면서 한 번 세워보자는 욕심이 있었다. 나는 프로에서 개인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득점왕(2009년) 한 번 해본 게 전부다. 그래서 10년 연속 20도루라든지, 세 자릿수 안타 같은 기록이 소중하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성실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들이다. 그런 꾸준한 기록들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엔트리에서도 안 빠져야 하고, 몸 관리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기록들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제 나이도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수비에서도 늘 몸을 날리고, 도루도 하느라 또 몸을 던진다. 도루는 부상 위험이 크다. 이젠 몸을 사려야할 나이 아닌가.


“난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열정을 가지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고 싶다. 아직까지 내 나이가 몇인지 그런 생각 안 한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겠다. 난 홈런타자도 아니다. 허슬플레이가 없다면 내 이름 석자도 없을 것이다. 잘 달리고, 잘 엎어지고, 잘 잡고, ….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야구를 하는 이유다. 10년 연속 20도루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다.”

-어릴 때 부산에서 자랐다. 허슬플레이의 대명사였던 롯데 박정태를 우상으로 삼으면서 야구를 했다고 하지 않았나.

“박정태 선배님의 악착 같이 플레이가 멋있었다. 내가 부산 마린스 리틀야구단 출신인데, 박정태 선배님은 친구인 추신수(텍사스)의 외삼촌이라 어릴 때부터 자주 만났다. 특히 당시 발목 수술로 재활을 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허슬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자는 다짐을 하곤 했다.”

-같은 포지션인 2루수로 자리를 잡고, 우상이던 박정태의 기록을 대부분 넘어섰다.(정근우는 2005년 프로에 데뷔해 올 시즌 14일까지 통산타율 0.301, 1321안타, 74홈런, 321도루를 기록 중이다. 박정태는 1991년부터 2004년까지 활약하며 통산타율 0.296, 1141안타, 85홈런, 22도루를 기록했다. 정근우는 아직 홈런에서 11개가 적지만 앞으로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영광이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박정태 선배님을 우상으로 여기고 여기까지 온 것처럼, 누군가는 또 나를 우상으로 생각하며 야구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 앞으로도 거침없이 달려가고 싶다. 물론 나를 우상으로 생각할 선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웃음)”

-여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근우의 체형과 스타일이면 레슬링선수를 했어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땄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지만, 레슬링은 보는 것만 좋아한다.(웃음) 실제로 어릴 때부터 스포츠는 다 좋아했다. 축구선수가 될 뻔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처음 시작했는데, 5학년 말에 그만두고 축구부에 테스트를 보고 들어갔다. 그런데 난 게임을 하고 싶은데, 게임은 안 하고 계속 달리기 훈련 등 힘든 훈련만 시키더라. 그래서 축구를 그만두고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레슬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야구가 좋다.(웃음)”

● 한화의 와일드카드, 그리고 국가대표 재도전

-시즌 막바지다. 한화의 최근 흐름이 좋지 않았다.


“중요한 시기에 연패를 당하면서 좀 다운됐다. 그렇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5위와 게임차(1.5)도 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내내 5위 주도권을 쥐고 싸워나가다가 시즌 막판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탈락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솔직히 억울할 것이다. 우리 팀 선수들 모두 정말 열심히 해왔다. 이상하게 올 시즌에는 부상 선수가 돌아가면서 많이 나왔다. 물론 마지막까지 5위 안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설사 올해 5강 진입에 실패한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올 시즌 수확도 많다.”

-어떤 수확인가.


“한화라는 팀이 꼴찌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게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상대팀이 한화를 쉽게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이젠 경기 전부터 그런 생각하고 들어오는 느낌은 없다. 까다롭고 어려운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만 해도 수확이다. 우리 선수들도 ‘오늘 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이런 것도 소중한 경험이고 재산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시작해 프로선수가 출전하는 국제대회에 모두 참가하다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팀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이번에 ‘2015 프리미어 12’ 예비 엔트리에 뽑혔다.

“솔직히 작년 아시안게임 못 나갈 때는 섭섭하고 아쉬웠다. 올 시즌에 앞서 ‘국가대표 한 번 더 해봤으면’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번에 예비 엔트리에 들어가 다행이다. 최종 엔트리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모르지만, 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 정근우는?

▲생년월일=
1982년 10월 2일
▲출신교=성북초(부산동래마린스리틀)∼부산동성중∼부산고∼고려대
▲키·몸무게=172cm·80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5년 SK(신인드래프트 2차지명 1라운드)
▲소속구단=SK(2005∼2013년)-한화(2014년∼현재)
▲2015년 연봉=7억원
▲2015년 성적=112경기 409타수 127안타(타율 0.311) 9홈런 58타점 88득점 20도루
▲통산 성적=1228경기 4388타수 1321안타(타율 0.301) 74홈런 479타점 744득점 321도루(이상 14일 현재)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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