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바르셀로나 1군 뛸 날만 기다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5일 05시 45분


FC바르셀로나 이승우. 스포츠동아DB
FC바르셀로나 이승우. 스포츠동아DB
경기장 안에선 튀지만 밖에선 낯가림
최연소 성인 국가대표 꿈 좌절돼 실망
“아시아인 최초로 발롱도르 받고 싶다”


‘한국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승우(17·FC바르셀로나 B팀·사진)가 축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때는 지난해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유스에서 축구 잘하는 한국 소년” 정도로 알려졌던 그는 이 대회에서 5골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 60m를 홀로 드리블하며 상대 선수 5명을 제치고 골을 넣은 뒤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밝힌 장면은 지금도 팬들의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만난 그는 “그 뒤로 확실히 달라졌다. 팬들께서 알아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다. 축구선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안에선 누구보다 ‘튀는’ 이승우지만, 스스로는 “밖에선 조용하고 낯가림도 심하다”고 밝혔다. 차분한 말투도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어려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걷고 있어서인지, 17세의 나이답지 않게 주관과 자부심이 뚜렷했다.

이승우는 오래전부터 ‘최연소 성인 국가대표’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1998년 1월 6일생인 그가 김판근(17세 242일)이 갖고 있는 최연소 A매치 데뷔라는 기록을 깨기 위해선 얼마 전 열린 라오스전과 레바논전(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엔트리에 들었어야 했다. 그는 “한국축구사에 새로운 한 획을 긋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이젠 성인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은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동갑내기로 ‘1998년생 톱3’ 유망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하킴 마스투르와 노르웨이의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이미 A매치를 경험한 것을 떠올렸다. “내가 축구선수로서 그들에게 밀린다고 생각하거나, 부러워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받아 A매치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부럽다.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A매치를 뛰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친 뒤 “이제 바르셀로나 1군에서 뛰게 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B팀(2군)에 17세는 나밖에 없다. 2∼3년 내에 1군에서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 축구선수 이승우가 가야 할 길은 한참 많이 남았다. 바르셀로나 1군에서 꾸준하게 뛰며 세계 최고 선수가 돼 리그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가능한 한 타이틀을 많이 갖고 싶다. 언젠가는 아시아인이 한번도 받지 못한 발롱도르도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우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가 풀리는 내년 1월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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