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이민규 빠른 토스, OK저축은행 ‘스피드배구’ 완성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5일 05시 45분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창단 2년 만에 짜릿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정상 수성.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괴물 용병 시몬이 복귀할 때까지 대체 외국인선수와 라이트 강영준의 활약이 중요하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모자를 벗어 던지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창단 2년 만에 짜릿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정상 수성.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괴물 용병 시몬이 복귀할 때까지 대체 외국인선수와 라이트 강영준의 활약이 중요하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모자를 벗어 던지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 OK저축은행 훈련장을 가다

시즌초반 시몬 부상공백 “위기를 기회로”
리베로 정성현·세터 곽명우 한 단계 발전

송명근 공격·송희채 리시브·세터 이민규
김세진 감독 ‘팀 전술 키플레이어’로 꼽아


11일 OK저축은행의 경기도 용인 훈련장에서 만난 김세진(41) 감독은 링거를 맞고 있었다. 최근 급성신우염에 걸렸다. 의사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김 감독은 훈련장을 지켰다. 하루 3차례나 링거주사를 맞고 있는 김감독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성격이 예민해서”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것은 시몬의 부상 탓도 있다. 지난 시즌 팀에 사상 첫 우승을 안긴 주역 시몬은 오른쪽 무릎에 탈이 났다. 무릎 관절뼈를 이어주는 근육이 손상됐다. 지난 시즌 센터 겸 라이트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V리그에 포지션 파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45.91%의 높은 공격 부담률이 후유증을 낳았다. 올 7월 경희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 중이다. OK저축은행은 10월 10일 2015∼2016시즌 개막 이후 시몬 없이 2라운드를 소화해야 한다. 이 기간 중 시몬을 대신할 외국인선수를 뽑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테스트를 받았던 2명을 일찍 돌려보냈다. 마지막 퍼즐인 쿠바 국적의 선수가 곧 합류한다.

● 여유와 건방 사이에서


OK저축은행의 젊은 선수들은 여유가 넘쳤다. 우승이 준 선물이다. 다른 팀보다 평균 연령이 어리지만, 김 감독은 “마인드가 성숙해졌다. 리베로 정성현과 세터 곽명우는 포스트시즌을 계기로 기술이 한 단계 올라섰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또 “선수들이 자존심을 세워가면서 스스로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서로를 격려한다. 감독의 지적을 당하지 않고 자기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경계의 눈초리도 있다. 석진욱 수석코치는 “어린 선수들이 여유가 생겼지만, 여차하면 건방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면 팀은 무너진다”고 걱정했다.

7월 열린 청주 KOVO컵 우리카드와의 결승에서 패했지만,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벤치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경기력을 발휘했다. 실력이 들쭉날쭉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고, 벤치의 계산이 가능한 팀으로 변신했다는 증거다. 김 감독은 시몬 없이 치르는 1∼2라운드가 팀으로선 위기이자,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하면서 선수들이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보 사령탑치고는 배짱이 두둑하다.

지난해 많은 범실이 나오는데도 공격적인 서브를 고집했고 결국 성공했다.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범실을 줄였다. 만약 그 같이 힘든 과정을 감독이 버텨내지 못하고 소극적 플레이로 돌아섰다면 편하고 안전했겠지만, 김 감독은 힘든 과정을 택했다. 센터 시몬을 라이트 겸용으로 쓰면서 포지션의 상식을 깬 것도 그런 고집과 배짱이 만든 성공 사례다.


● 출발은 늦었지만 준비는 차근차근!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등 국가대표팀 3총사가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OK저축은행 모든 멤버가 모여서 훈련한 날짜는 많지 않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창단 첫 해에는 선수 구성이 힘들어 2주간 훈련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지난 시즌에는 10월 4일 폐막한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이민규와 송명근이 차출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히려 준비기간이 더 길었다. 그러나 체력이 약한 이민규가 잦은 대표팀 차출로 힘들어했다. 심리적으로 방황했지만, 김세진 감독과의 술자리와 면담을 통해 안정을 되찾았다. 김 감독은 “지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민, 박원빈, 한상길 등 센터들이 부상을 당해 다른 팀과 연습경기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 다행히 김규민, 박원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훈련은 밀도가 높았다.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OK저축은행이 자랑하는 ‘스피드배구’는 더욱 정교해졌다. 세터의 토스가 공격수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0.7∼1.2초. 김 감독은 “이민규가 다른 팀 세터보다 토스가 0.1∼0.2초는 빠를 것이다. 현재의 공격 스피드보다 더 빠르게 할 생각은 없다. 더 빠른 스피드를 추구하다보면 범실이 많아지고 공격에서 엇박자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 시몬(왼쪽). 사진제공|KOVO
OK저축은행 시몬(왼쪽). 사진제공|KOVO

● 변수는 선수단이 아닌 비시즌 프런트의 부재


OK저축은행은 우승 후 부단장과 사무국장, 선수단 지원담당이 팀을 떠났다. 프런트의 공백기 동안 김세진 감독이 많은 일을 했지만,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시몬의 수술이 예정보다 26일이나 늦어진 것이 아쉽다. 쿠바에서 시몬을 데려오는 절차가 복잡하고 길었는데, 이 일처리가 늦어져 7월에야 수술을 받았다. 큰 변수다. 서둘렀더라면 대체 용병을 구하는 과정 없이 새 시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시몬은 힘든 재활과정을 무사히 마쳐간다. 10월부터는 공을 만질 수 있다. 다만 수술 전의 시몬과 수술 후의 시몬에 대해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김 감독은 그동안의 기량과 성실성을 믿을 뿐이다.

김 감독은 “시몬이 수술을 받지 않았으면 주장을 시키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몬은 그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경기 후 나오는 숫자 이상의 역할을 한다. 팀 리더로서의 존재는 기록에 나오지 않지만 중요하다. 경험 없는 선수들이 흔들리거나 힘들어할 때 시몬이 격려하고 직접 득점해주며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곤 했다. 그래서 시몬의 공백을 만든 26일의 지연이 아쉽다. 다행히 삼성화재 출신 방인엽 사무국장이 9월 1일부터 합류했다. 전문가답게 선수 지원까지 겸업한다.

OK저축은행 송명근-이민규(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KOVO
OK저축은행 송명근-이민규(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KOVO

● 시즌 전략과 팀 전술의 변화

시즌 초반을 얼마나 잘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시몬이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라이트는 새 외국인선수와 강영준이 맡는다. 시몬이 빠지면 높이가 낮아지는 센터에서의 약점이 걱정스럽다. 한상길도 시즌 초반 출전이 어렵다. 그를 대신하기 위해 삼성화재에서 은퇴한 김정훈을 데려왔다. 김세진 감독은 시즌의 변수로 선수들의 부상을 첫 손에 꼽았다. 시몬 변수로 생긴 포지션 변경 때문에 선수들이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우려했다.

키플레이어는 역시 3총사 송명근-송희채-이민규다. 송명근이 공격에선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수치를 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블로킹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송희채에게는 공격보다 리시브에 더 정성을 쏟아줄 것을 부탁했다. 블로킹 능력은 가장 좋지만, 리베로 정성현과 함께 뒤에서 제대로 공을 받아 올려줘야 세터 이민규의 역량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팀의 키플레이어였던 이민규는 김 감독이 신뢰했다. 김 감독은 “이제는 말을 안 해도 될 정도”라고 칭찬했다. 만일 이민규가 흔들릴 경우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된 곽명우에게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다. 김 감독은 “베스트 6과 2명이 교체로 들어갈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 주전 6명에 리베로, 그리고 김천재의 원포인트 서브가 우리에게는 최고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킨심으로 시즌 운영”

●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출사표

지난 시즌 서브와 블로킹에서 안정감이 높아졌고,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다보니 우승까지 했다. 솔직히 운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다른 팀보다 우리의 훈련이 많다고 들었다. 지금의 급격한 감독 세대교체가 좋은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심을 잡아주고 내가 쫓아가야 할 분들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젊은 감독이 앞으로 얼마나 살아남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감독으로서 3번째 시즌인데, 마음가짐은 항상 같다. 이것저것 보여주려는 욕심보다는 선수들에게 우리의 배구를 이해시키고, 선수들이 그것을 스스로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한다. 마음으로 대화하는 스킨십으로 시즌을 운영하겠다.

용인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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