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난민 처우 개선은 국익으로 돌아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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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록 고려대 교수 휴먼아시아 대표
서창록 고려대 교수 휴먼아시아 대표
‘알란 쿠르디.’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세 살배기 아이의 사진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난민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시리아 내전과 이로 인한 난민 유출도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쿠르디의 사진이 우리의 숙고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주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이슬람 급진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합세로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부군이 시민에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아동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구의 20%가 넘는 400만 명이 난민이 돼 유랑 중이라 하니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가.

많은 이들이 난민을 ‘전쟁을 피해 스스로 도망 나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국에서 보호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나와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국제사회는 난민 보호를 위해 여러 제도와 이주 방식을 만들어왔다. 세계 140여 개국이 난민협약과 의정서에 가입해 난민의 권리를 지킬 것을 약속했다. 또 유엔난민기구(UNHCR)를 비롯한 국제기구, 구호기구, 비정부기구(NGO)들이 난민 보호에 나서고 있다.

요 며칠 난민 하면 쿠르디와 시리아를 떠올리게 됐지만 아프리카 등에서 많은 난민이 더 심한 고통을 오랫동안 받고 있다. 또 급증하는 난민이 이웃 국가들과 선진국들의 수용능력을 초과해 심각한 국제안보의 위협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우리는 난민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대처해야 할까.

우리 정부는 1992년 난민협약 및 의정서에 가입한 이래 난민을 받아들여왔고 2012년 아시아 유일의 난민법을 제정하는 등 많은 제도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난민의 실정을 보면 제도와 정책의 개선이 시급하다. 난민 인정비율이 선진국 평균 35%에 비해 4%밖에 되지 않고, 지난 20여 년간 받아들인 난민은 신청자 1만1172명 중 496명에 불과하다. 최근 입국한 713명의 시리아 난민 중 3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577명은 부담이 적은 인도적 체류만 허가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우리 시민사회는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한 난민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최근 난민을 “제한 없이 수용하겠다”는 독일 총리의 제안은 21세기 대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국경을 초월한 지구적 문제에 비용과 관계없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다. 우리도 국내적으로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고 해외에서 난민을 위한 봉사를 제도화해 간다면 이를 통해 얻는 국제사회의 인정과 존경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국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배려와 병행돼야 하는 것이 난민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이다. 많은 이들이 난민의 유입은 많은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다고 여긴다. 대부분의 난민은 난민 지위의 획득과 관계없이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그리고 자신들을 향한 혐오감에 고통을 받고 있다. 난민이 침입자라는 생각에서 그들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꽃핀 학문과 문화는 나치의 억압을 피해 바다를 건너온 난민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뿐 아니라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고 난민 문제에 좀 더 포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결혼이주자, 이주노동자가 증가하는 한국 사회가 더욱 다양한 문화의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고 국제사회의 귀감이 되는 국가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서창록 고려대 교수 휴먼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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