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강경 아웃사이더’가 당권 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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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 59.5% 득표… 차기 당수로
긴축 반대… 전통 좌파노선 내세워

영국 노동당을 이끌 차기 당수에 반(反)긴축을 표방한 ‘강성좌파’ 제러미 코빈 의원(66·사진)이 선출됐다.

노동당은 차기 총수 투표 결과 코빈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인 59.5%를 얻어 다른 세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고 12일 발표했다.

코빈 신임 당수는 중도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제3의 길을 표방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신(新)노동당’ 노선에 반대해 온 강성좌파다. 영국 가디언지는 “아웃사이더가 당수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노동당 지지자들은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복지 삭감과 재정 긴축에 반대하며 ‘서민, 사회적 약자의 위기’를 강조한 코빈에게 열광했다.

코빈 의원은 영국 런던 폴리테크닉을 중퇴한 후 옛 전국재단사노조연맹(NUTGW)과 전국공무원노조(NUPE) 등 노조단체에서 일하던 중 1974년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철도 국유화를 주창해 왔으며, 최근엔 전기·가스 메이저 업체의 국유화도 제안했다. 또한 최근의 난민 사태에 대해 “그들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라며 난민 수용 확대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비타협적 전통 좌파노선을 내세운 코빈의 돌풍에 노동당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분열에 빠져들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이 절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철 리브스, 에마 레이놀즈, 이벳 쿠퍼 등 노동당 예비내각을 맡고 있는 10여 명의 의원은 코빈 체제에서 예비내각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코빈은 “덜 논쟁적인 리더십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코빈은 “보수당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 복지 개혁안, 노동법 개정안 등에 대해 할 일이 많다”고 밝혀 우선 이들 분야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코빈 의원의 당선으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4·버몬트)의 돌풍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영국에서 코빈 의원이 노동당 당수에 오른 것처럼, 미국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따돌리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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