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10명중 1명꼴 당선무효 될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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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전국동시선거 금품-불법 얼룩… 檢, 당선자 157명 포함 847명 기소

#1. 올해 초 서울의 한 농협조합장 최모 씨(62)는 측근을 통해 경쟁후보 임모 씨의 차량에 몰래 스마트폰을 숨겼다. 이를 통해 위치를 추적하는 한편 심부름센터 직원을 붙여 미행도 시켰다. 심부름센터 직원은 임 씨가 조합원을 만나는 장면을 ‘안경 몰카’로 찍어 수시로 최 씨 측에 보냈다. 최 씨는 재선에 성공했지만 불법 행위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2. 전북 전주의 한 축협조합장 김모 씨(69)는 선거를 앞두고 조직책 송모 씨에게 조합원 명단과 불법선거자금 500만 원을 건넸다. 송 씨는 김 씨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 8명에게 50만 원씩을 전달하고 식사를 대접했다. 김 씨는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결국 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3월 11일 처음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선자 중 약 10%가 불법행위로 정식 재판에 넘겨져 직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 검사장)는 조합장 선거 당선자 1326명 중 19명을 구속하는 등 총 127명(9.6%)을 불법선거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식 재판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 없이 형이 확정되는 약식 기소 처분된 당선자 30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당선자의 11.8%인 157명이 불법선거로 적발된 셈이다. 약식 기소된 당선자는 당선 무효 하한선인 벌금 100만 원보다 낮은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이번 선거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선거사범 1334명을 입건했다. 금품선거가 748명(56.1%)으로 가장 많았고 흑색선전(191명·14.3%), 사전선거운동(169명·12.7%)이 뒤를 이었다. 검찰은 이 가운데 81명을 구속하고 84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 선거는 2009∼2010년 치러진 조합장선거보다 금품사범이 32%가량 줄었다. 하지만 불출마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주고받거나 요구하는 사례들은 여전했다. 또 전북 정읍의 한 조합원은 후보자에게 접근해 “200표를 가져다주겠다”며 3000만 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폭력을 휘둘러 구속되기도 했다.

상대를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흑색선전도 여전했다. 충남 홍성의 한 후보자 친척은 경쟁 후보를 겨냥해 “딸 같은 애를 성폭행하고 교도소에 수감됐던 자가 조합장으로 나온다”는 허위사실을 담은 유인물 80여 장을 뿌렸다가 구속됐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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