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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근성 극복하려 애쓰는 속물적 인간 군상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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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근성 극복하려 애쓰는 속물적 인간 군상 그려

동아일보입력 2015-09-14 03:00수정 2015-09-1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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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4> 체코 출신 프랑스 망명 작가 밀란 쿤데라 《 제5회 박경리문학상의 네 번째 후보는 체코 출신 프랑스 망명 작가 밀란 쿤데라다. 현존하는 최고의 현대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쿤데라의 첫 장편소설 ‘농담’의 프랑스어판 서문에서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루이 아라공은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한 작가”라고 썼다. 1968년 체코의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역사에 짓눌린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과 사랑을 다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대표작으로 꼽힌다. 쿤데라의 작품세계를 고려대 명예교수인 김승옥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이 소개한다. 》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밀란 쿤데라는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는 공산주의의 허위의식을 깨닫고 조국을 등져야 했던 작가의 상처가 그늘져 있다. 동아일보DB
밀란 쿤데라(86)는 체코 출신 작가다. 그는 체코의 독립과 함께 찾아온 이상주의적 사상인 공산주의를, 조국을 위한 좋은 사상이며 국가체제라고 생각하고 공산당에 입당했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는 엄숙주의, 형식주의, 가식주의이자 속물, 즉 ‘키치’인 것을 알게 되고, 모든 전체주의 국가에서 그렇듯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나타내다가 당에서 쫓겨난다. 그는 프랑스로 망명해 살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소설 ‘농담’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이 꼽힌다. ‘농담’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개인의 몰락을 그리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독자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속물(키치)근성, 실존적 생존에 관한 문제, 불확실한 삶에 대한 관찰,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에 관한 성찰, 의무와 자유, 사랑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수용은 독자의 토대가 어떠한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공통적인 것은 이 작가는 모든 기성의 가치관에 회의를 품는다는 점이다. 그는 인간의 삶의 방식을 속물근성, 즉 키치로 보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키치의 원천은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이다. (…) 가톨릭 키치, 개신교 키치, 유태인 키치, 공산주의 키치, 파시스트 키치, 페미니스트 키치, 유럽 키치, 국가주의 키치, 국제주의 키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쿤데라의 주인공은 정치에는 무관심한 듯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듯 정치에서 비켜서서 사회주의 사회의 삶을 묘사한다. 그러나 실은 어느 다른 작가의 주인공들보다 전체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프라하에서 벌이는 군사 퍼레이드, 열렬한 환영, 붉은 깃발, 가장 진실한 휴머니즘인 듯 부르짖는 너무나 진지한, 그러나 거짓투성이의 구호…. 이런 것을 모두 ‘키치’로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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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태도가 아무리 진실한 사람일지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허위의식 속에서 살고, 허위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누구나 진실 자체라면 이 세상에 종교는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사기꾼은 아니다. 작가는 모든 삶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다고 했다. 삶 자체가 그렇기도 하려니와 작가는 여러 가지 장치를 붙여놓아 삶을 단순한 한마디로 정의할 수만은 없음을 보여준다. 그는 삶의 실존의 문제, 불확실한 삶, 헛된 사랑과 참된 사랑, 개인과 사회적 책임 등을 총체적으로 펼쳐놓는다.

쿤데라 소설의 주인공들은 키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인간들이지만 동시에 속물들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주인공 토마스는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외과의사지만 하방에 하방을 거듭하여 청소부에 이르고, 결국 트럭이 뒤집혀 아내와 함께 사망하지만(그의 사고사를 거의 다루지 않은 것도 작가의 강한 의도다) 묘비명처럼 ‘지상에 천국’을 가져오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는 삶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려다가 파멸한다. 토마스가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났다 다시 체코로 돌아온 이유도 부인 테레사를 찾아가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도 역시 키치 사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토마스는 ‘역사’라는 말을 자주 한다. 체코는 역사적으로 수백 년간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독립, 다시 나치의 침공,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 또다시 동구의 일원으로 소련의 휘하에 있었으며, 그 지배를 벗어나 자유를 찾는 듯하다가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일어났을 때 소련군이 탱크로 압박해 사실상 독립을 상실했다. 쿤데라가 그의 작품에서 언급하는 ‘역사’라는 뜻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프라하의 봄’은 체코인이 그들의 문화를 오랜만에 찾아 재창조할 수 있다는, 아주 오래된 소망을 이루는 듯한 때였다. 이런 숙원이 꺾인 체코 지성인의 대표적인 예술세계가 문학에서는 밀란 쿤데라에 의해 나타났다. 누구나 프라하에 서 있으면 유럽의 다른 도시보다 자유와 포근함이 느껴지는 것도, 체코인들이 진정으로 자유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 장소에 배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정신이 주인공 토마스에게 있다. 밀란 쿤데라는 멋진 작가임에 틀림없다.
○ 김승옥 심사위원은…

문학평론가.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장.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대 문학박사. 저서로 ‘한국문학과 작가 작품론’ ‘프리드리히 쉴러―그의 삶과 문학’ ‘서재여적’ ‘독일문학사’ 등이 있다. 고려대 중앙도서관장, 고려대 교수협의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등을 지냈다.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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