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어설픈 사과는 역효과… 변화의지 담아 신속히 고개 숙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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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사과 방법론

미국에서 ‘요가복 업계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은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룰루레몬의 요가 바지는 뚱뚱한 여성의 체형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큰 비난을 받게 된다. 여론이 악화되자 윌슨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사과 이후 오히려 더 호된 비난을 받았다. 사과의 대상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다. 윌슨은 사과 동영상에서 “신중하지 못한 내 행동으로 룰루레몬 직원들이 고통을 받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사과의 대상이 분노한 소비자가 아닌 직원이었던 것이다. 사과의 대상을 헛짚은 룰루레몬은 결국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누구에게나 사과는 어렵다. 심지어 그것이 조직이나 회사 차원의 사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때론 잘못된 사과로 위기를 키우기도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HBR Korea)는 최신호(9월호)에서 효과적인 사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효과적인 사과를 위해서는 일단 사과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4가지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위반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실제로 위반 행위가 있었다면 신속하게 기업의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위반 사항이 그 기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에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다면 이는 핵심 위반 사항이므로 즉각 사과하는 것이 옳다. 대중의 반응도 체크해야 한다.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이라면 재빨리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변화 의지가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기업이 행동 변화의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면 사과 메시지는 공허한 울림에 그칠 수 있다.

4가지 질문을 통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다. 어설픈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올바른 사과의 기본 틀로서 기업은 사과의 5대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과의 5대 요소는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다.

‘누가’는 사과의 주체를 의미한다. 심각하고 핵심적인 위반 행위일수록 고위직이 나서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은 고객 정보를 유출했을 때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즉각 사과했다. 사과의 주체 및 대상이 정해졌다면 사과의 내용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무엇을’ 단계다. 이때는 3가지 목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솔직함, 뉘우침, 변화 의지가 그것이다. 2006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이 새로 선보인 뉴스피드 기능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우리가 이 일을 완전히 망쳤습니다”로 시작하는 서면 사과 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한번에 진정시켰다. 특히 변화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거나 담당자를 경질하는 등의 조치는 변화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디서’는 사과 창구를 무엇으로 할지를 뜻한다. 기자회견 방식으로 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사과의 시점도 중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좋은 사과는 신속함이 생명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사과도 때를 놓치면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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