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 국감 팽개치고 ‘공천권’ 싸움에만 매달릴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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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혁신안과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돌파하기 위해 재신임 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오히려 내분이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문 대표와 당 중진들은 혁신안을 예정대로 16일 중앙위 처리에 부치되 문 대표 재신임 투표는 중앙위 이후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혁신안 자체가 잘못됐다며 정치적 결별까지 경고했다. 이에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부산지역 친노 세력 등 문 대표 측이 반격에 나서 양측의 대결이 어떤 결말을 나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늘부터 국회 모든 상임위가 가동되는 본격적인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국감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국민에게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도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지금 당내 문제에 매몰돼 국감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이종걸 원내대표가 어제 “국감 첫날부터 당내 일로 집중 역량을 흩뜨린 데 대해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겠는가. 경제 살리기, 청년취업 문제, 노동개혁 같은 국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건만 새정치연합은 아예 관심도 없는 듯하다.

새정치연합 내분의 핵심은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 간의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싸움이다. 문 대표 중심의 친노 주류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친노 공천권을 강화해 결국 친노 패권주의를 고수하려 한다는 비노 측 주장은 일리가 있다. 2012년 19대 총선 공천 당시 한명숙 대표의 친노 지도부는 ‘정체성’을 공천 기준으로 내세워 전략 공천, 비례대표 공천, 모바일과 당원 투표를 결합한 경선 방식 등으로 공천 물갈이를 단행했다. 그 결과 폐족을 자처하던 친노가 부활하고,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친노의 수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번 혁신위의 공천안도 20% 전략 공천, 현역 의원 교체지수 평가, 국민공천단에 의한 경선 등 19대 총선 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비노 비주류, 특히 물갈이 대상으로 점쳐지는 호남권 의원들은 물론이고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계까지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0차에 걸친 혁신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20%대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것은 혁신안이 국민의 기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혁신안을 놓고 당내 계파들이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야당이 국정감사라는 역량과 실력을 발휘해야 할 본연의 역할까지 내팽개치는 모습은 더 한심하다.
#공천권#문재인#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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