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집 줄여 소형 아파트 매입해 임대… ‘쪼개기 재테크’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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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새 투자방법 떠올라

지난달 초 오모 씨(61·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전용면적 124m²의 대형 아파트를 14억 원에 팔고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전용 44m² 아파트 두 채를 총 3억7100만 원에 샀다. 원래 살던 곳 근처의 전용 84m² 아파트로 집을 줄여 이사하면서 얻은 매매 차액 중 일부를 투자해 비교적 값이 싼 강북의 아파트 두 채를 산 것이다. 오 씨는 중계동의 두 아파트에서 130만 원의 월세 수입을 얻고 있다. 오 씨의 거래를 중개한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월에만 서울 강남권에 사는 고객 4명이 중계주공아파트를 임대 목적으로 사들였다”고 말했다.

오 씨처럼 서울 강남지역의 대형 아파트를 팔고 강북지역의 작은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는 ‘쪼개기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로 큰 집이 필요하지 않은 은퇴 세대들이 집을 줄이고 남은 차액으로 강북의 소형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를 놓는다. 이 때문에 소형 아파트가 많은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 지역에 임대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13일 서울 노원구 상계·중계주공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 소형 아파트 매매 문의가 늘고 있다. 상계동 신세계공인중개소 대표는 “2000년대 호황기처럼 10여 채를 매입해 전세를 놓는 사람은 없지만 소형 한두 채를 사서 월세를 놓으려는 투자 수요가 요즘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중계동 중계주공6단지의 부동산랜드공인중개소 대표 역시 “매매거래 10건 중 7건은 임대를 위한 소형 아파트 투자 수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쪼개기 투자’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 지역인 이 지역의 아파트 매매 패턴도 달라졌다. 같은 구 거주자끼리의 거래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외부인의 아파트 매매가 늘고 있다. 온나라 부동산정보포털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 중 노원구 외의 거주자의 비중은 2013년 7월 32.7%에서 올해 7월 42.6%로 늘었다. 상계주공5단지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전세를 살다가 같은 단지의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실수요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월급처럼 월세 수입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곳 아파트가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는 것은 기준금리의 2∼3배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매매가가 강남 등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저렴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은 것도 원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도봉구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매매가는 930만 원으로 강남구(3270만 원), 서초구(2838만 원)의 3분의 1 정도다. 강남 아파트 1채를 팔면 이곳에서 3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노원구의 전용 58m² 아파트(매매가 시세 3억3000만 원)를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00만 원에 임대할 때의 수익률은 4.3%로 한국은행 기준금리(1.5%)의 3배에 가깝다. 7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아파트 임대수익률(3.38%·부동산114 자료)보다도 1%포인트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매매 차익을 노리는 투자에서 월급처럼 매월 임대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부동산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강남 대형 아파트들의 매매가 상승세는 둔화되는 반면 강북 소형 아파트의 월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강북 아파트가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실 위험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하철 역세권이나 내년에 착공될 동북선 경전철 주변 지역 등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의 소형 아파트에 투자해야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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