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 스포티지”… 기아차, 첫 내수 年50만대 희망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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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열풍에 역대 최고실적 부푼 꿈

‘사상 최초 연간 내수 판매 50만 대 돌파.’

최근 기아자동차의 국내 영업본부는 이런 목표로 한창 들떠 있다. 최근 내놓은 레저용차량(RV)이 인기를 끌면서 내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기아차가 올해는 ‘화려한 백조’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13일 기아차에 따르면 8월 말까지 기아차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 증가한 33만2524대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수입차 포함) 역시 28.8%로 지난해(28.0%)보다 상승했다. 기아차의 기존 연간 내수 판매 최고 실적은 2011년에 기록한 49만3003대다. 자동차 업계는 기아차가 올해 최초로 내수 판매가 연간 50만 대를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이미 올 7월에 4만8202대를 판매해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기아차의 공격적인 행보는 지난해 7월 취임한 박한우 사장이 국내 시장의 흐름을 읽으면서 적재적소에 신차를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기아차는 ‘전략이 사실상 없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주력 세단인 K3, K5, K7은 출시된 지 오래됐지만 연식 변경 모델에서 차별점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쏘울과 카렌스도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동급 차량에서 같은 뼈대를 공유하는 현대차의 상대적인 선전(善戰)도 기아차의 판매 부실로 이어졌다”며 “기아차와 현대차의 대형 세단인 K9과 신형 제네시스는 명암이 엇갈렸고 K5는 쏘나타에 밀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이 이어지면서 기아차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출시된 SUV인 쏘렌토와 레저용 미니밴인 카니발은 지속적인 판매 호조로 현재 두 달 이상 기다려야 신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디젤 엔진을 적용한 신형 K5도 사실상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신형 스포티지
신형 스포티지
특히 15일 출시되는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스포티지가 올해 기아차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심형 소형 SUV라는 콘셉트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기아차 측은 “디자인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기존 스포티지R 모델에 비해 전장(40mm 증가)과 휠베이스(30mm 증가)가 늘어나면서 넉넉한 실내공간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는 신형 투싼이나 싼타페 프라임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차를 겨냥해 내놓은 아슬란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해 세단형 차량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올해 8월까지 현대차의 내수 시장점유율은 38.8%로 지난해(41.3%)보다 줄었다. 기아차와의 차이도 지난해 13.3%포인트에서 올해는 10%포인트까지 감소했다.

한편 구체적인 진출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기아차는 인도 시장에도 관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한우 사장도 올해 초 “결국 인도가 향후 기아차가 한 단계 점프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중 유일하게 성장세가 유지되는 인도는 2020년이면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500만 대에 이를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관세가 60%나 된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에 공장이 있지만 기아차는 현지 생산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향후 인도 시장에 진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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