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시범지구’ 中 선양(瀋陽), 첨단 산업도 이미 한국 추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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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지역 중심도시 선양(瀋陽)의 경제기술개발구역 내 선양국제소프트웨어파크. 100만㎡ 규모의 이 곳에는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기업 480여개가 입주해 있다. 한국의 LG, SK는 물론 필립스, 델, 알리바바 등 세계 500대 기업 중 35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직원 수만 1만 7000여명에 이른다. 중국 내 230개 소프트웨어 단지 중 6번째로 큰 규모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산업 구조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풍부한 고급 인적 자원, 정부의 막대한 자금과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첨단 산업도 이미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한-중 언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달 말 찾은 선양 국제소프트웨어파크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선양은 4년 전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공업화 정보화 시범지구로 지정됐다. ‘ICT 시범 지구’인 셈이다. 한때 텐진(天津), 상하이(上海)와 함께 중국 3대 공업 도시였던 선양은 중공업 쇠퇴와 함께 도시 자체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산업 구조 개혁을 통해 첨단 ICT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선양국제소프트웨어파크 유한공사 장싱펑(張勝鵬) 실장은 “선양은 오랜 공업화 역사를 통해 공업이 세분화, 전문화 돼 있는데 여기에 정보화를 융합함으로써 발전 속도가 빠르다”며 “베이징, 상하이에 비해 고급 인력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개발구역 내에 자리 잡은 빅데이터 처리 전문기업 ‘NEUNN’. 2년 전 동북대학과 시 정부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이 회사는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 기술을 융합한 회사다. 5000여 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으며 데이터 처리 능력은 중국 내 5위다. 공기 중 미세먼지 분석, 수질오염 분석, 스마트도시 관리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동북 지역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가 전한 에피소드. 회사 설립 직후 한국의 3대 이동통신사의 위탁을 받은 한국의 한 기관이 찾아와 기술 투자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력이 한국보다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동북아시아의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선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기술이나 데이터 저장 능력보다 우리 기술이 더 뛰어나 단순 기술 투자 제의는 거절했다”고 했다. 한국의 이 분야 기업이나 관련 기관에선 중국을 기술 측면에서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지만 이미 중국은 한국을 더 이상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NEUNN의 제프리 리 행정관리부장은 “우리 회사 기술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중국 최대 로봇 생산 회사 역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로봇 제조업체인 신숭(新松)은 선양에만 3개의 대규모 생산기지가 있다. 생산 규모로는 세계 3위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산업용 로봇, 특수 목적 로봇 등 70여 종의 로봇을 생산한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95%가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삼성과 LG는 물론 미국 포드자동차 등에서도 이 회사의 운반 로봇을 사용한다. 회사 관계자는 “여기서 생산하는 로봇은 모두 우리가 자체 개발한 것들”이라며 “우리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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