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혁명 ‘컨시어지 경제’ 자본주의의 미래? 노동의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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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터치만 하면 택시호출 주차대행 의료서비스까지

중세 귀족이 시종을 부를 때 종을 울렸다면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클릭하면 된다. 이런 ‘컨시어지 경제’가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 사진부터 ‘기사 딸린 자가용’처럼 이용되는 ‘우버’의 모바일 앱 화면, 언제 어디서든 주차 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럭스’, 빨랫감을 수거하고 하루 만에 세탁해 주는 ‘워시오’,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 집으로 배달해 주는 ‘스푼로켓’ 관련 화면. 사진 출처 각 사 홈페이지 등
중세 귀족이 시종을 부를 때 종을 울렸다면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클릭하면 된다. 이런 ‘컨시어지 경제’가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 사진부터 ‘기사 딸린 자가용’처럼 이용되는 ‘우버’의 모바일 앱 화면, 언제 어디서든 주차 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럭스’, 빨랫감을 수거하고 하루 만에 세탁해 주는 ‘워시오’,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 집으로 배달해 주는 ‘스푼로켓’ 관련 화면. 사진 출처 각 사 홈페이지 등
“택시 필요하세요?”

8일 오후 9시경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 한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나온 한국 기업 주재원 K 씨(47)에게 한인택시 운전사가 말을 건넸다. K 씨는 “괜찮다”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 앱을 클릭했다.

그러자 3분도 안 돼 택시가 도착했다. 일반 택시와 달리 우버를 이용하면 예상 요금을 미리 고지하고 사전에 등록한 고객의 신용카드로 계산한 뒤 영수증을 e메일을 보내준다. K 씨는 “우버는 마치 기사 딸린 자가용 같다”며 “우버를 한번 이용한 뒤부터는 너무 편리해서 옐로캡(맨해튼 택시)이나 한인택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뉴욕에서 옐로캡을 부르는 것은 관광객들뿐이고, 정작 뉴요커들은 사무실에서 우버를 클릭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 스마트폰 ‘컨시어지 경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버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을 ‘21세기형 산업혁명’으로 평가했다. 스마트폰 클릭 하나로 택시(우버)는 물론이고 주차 대행 요원, 쇼핑 도우미, 가정부, 안마사, 요리사, 심지어 의사까지도 호출할 수 있는 ‘컨시어지(concierge) 경제’가 미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시어지는 호텔에서 짐을 옮겨주는 것부터 정보 제공, 티켓 구매 대행 등 투숙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담당자를 말한다. WSJ는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온갖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세상을 우버가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럭스(Luxe)’는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도록 주차를 대행해 주고, 단기 일자리 중개 사이트인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인기 공연 티켓이나 신제품 구매를 위해 줄을 대신 서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시장을 대신 봐주는 ‘인스타카트(Instacart)’, 빨래를 해주는 ‘워시오(Washio)’, 요리를 해서 집으로 배달해주는 ‘스프리그(Sprig)’ ‘스푼로켓(SpoonRocket) 등도 있다. 안마사를 불러주는 ‘질(Zeel)’, 의사를 보내주는 ‘힐(Heal)’ 등 스마트폰 앱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시간을 절약해줄 뿐만 아니라 가격적으로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주차 대행 ‘럭스’는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떨어지는 주차장과 가격 협상을 해서 일반 주차료의 50% 정도만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내가 직접 주차할 때는 35달러가 들었는데 럭스 서비스를 이용했더니 18달러만 내면 됐다”는 사용 후기를 인터넷에 올렸다.

○ 컨시어지 경제의 그늘

컨시어지 서비스에도 문제도 있다. 공급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노동을 하고 돈을 받는 임시 근로자들이다. 노동 안정성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컨시어지 경제는 ‘기그 경제(gig economy)’라고도 불린다. 1920년대 재즈에서 생겨난 ‘기그’라는 단어는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구해 단기 공연 계약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컨시어지 경제는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가 경기를 활성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임시직 근로자들의 불리한 처우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의 유력 주자들은 “컨시어지 서비스가 비용을 낮추는 경제적 효과를 낳고 있다”고 옹호한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각종 전문가를 단기로 고용할 수 있게 중개해주는 ‘섬택(Thumbtack)’과 우버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등도 우버를 애용하는 컨시어지 경제 옹호론자들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컨시어지 경제의 대표주자인 우버의 성장세는 당분간 꺾일 조짐이 없다. 편리성 때문이다. 2009년 3월 창업한 우버는 최근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영업 지역도 58개국, 300여 개 도시로 늘어났다. 성장 속도는 이미 페이스북을 추월했다고 WSJ 등은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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