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경 풍수지리 소설 쓰기 위해 古書 섭렵하고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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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추리소설 대가 온다 리쿠 방한 인터뷰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일본 추리소설 작가 온다 리쿠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풍수지리 관련 소설을 낼 예정이다. 그는 “당장 내년에 출간하는 건 아니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일본 추리소설 작가 온다 리쿠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풍수지리 관련 소설을 낼 예정이다. 그는 “당장 내년에 출간하는 건 아니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일본 추리소설 대가의 첫인상은 상상과 달랐다. 중년의 나이에도 단발머리에 앳된 얼굴의 온다 리쿠(51)는 목소리마저 수줍은 소녀처럼 조용하고 나긋나긋했다. 약간의 음험함이 감도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연상한 것은 어리석은 편견이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작가의 답변은 허를 찌르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짐작할 수 없게 지었다는 그의 필명(온다 리쿠)처럼 미스터리 작가는 남달랐다.

온다 리쿠는 ‘밤의 피크닉’과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상 북폴리오)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고정 팬을 거느린 인기 작가다. 그는 추리, SF, 판타지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순문학적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한한 온다 리쿠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이 솔깃할 만한 이야기를 하나 풀어냈다. “풍수지리(風水地理)를 소재로 한국을 무대로 한 첫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의 기존 작품들 가운데 한국을 배경으로 한 것은 아직 없다. 신작 집필에 앞서 풍수지리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고서(古書)를 섭렵하고 있다는 그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봤다.

―원래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가.

“홍콩에서는 회사나 가게 위치를 정할 때 풍수지리를 중시한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지역에서 묏자리를 고를 때 풍수지리를 따진다. 고도(古都)인 교토도 옛 수도로 정해질 때 풍수지리에 바탕을 뒀다. 이런 점들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다가온다. 마을 역사와 잘 버무리면 재밌는 소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수지리 하면 한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2년 전 여름에 풍수지리 공부차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조선시대 때 서울을 수도로 정한 이유도 배산임수의 풍수 명당이기 때문 아닌가. 이쪽을 연구하는 교수님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을 비롯해 서울 각지와 수원, 화성 등을 두루 돌아다녔다.”

―한국 소설이나 영화에도 관심이 있나.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를 재밌게 읽었다. ‘다빈치 코드’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영화는 예전부터 김기덕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 작품을 좋아한다. 최근 김 감독의 ‘뫼비우스’를 봤는데 마지막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자극적인 현실을 뚫고 나오는 판타지 요소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대표작 ‘밤의 피크닉’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2005년 번역 출간된 ‘밤의 피크닉’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10만여 부가 팔렸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노스탤지어(향수) 감성의 책이라서 인기를 끈 것 같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밤의 피크닉’은 학교를 배경으로, 자신의 고민을 성숙하게 풀어가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다.)

―일본 장르문학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본에서는 갈수록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간격이 좁아지는 추세다. 과거엔 일본도 한국처럼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확실히 구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책이 재미있어야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체적으로 순문학은 작가 자신을 중심에 놓고 쓰는 반면 장르문학은 상대적으로 독자를 더 의식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문학의 요소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작가진이 풍부해서 다양한 창작물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일본 문학계의 강점인 것 같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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