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古城서 들리는듯 꿈결같은 선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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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12일 개막… 보보 스텐손 등 정상급 9개팀 참가

12일 밤 서울 백암아트홀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스위스 출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토비아스 프라이시그(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그의 콰르텟. 플러스히치 제공
12일 밤 서울 백암아트홀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스위스 출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토비아스 프라이시그(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그의 콰르텟. 플러스히치 제공
듣다 졸리면 자도 좋다. 여기서 ‘좋다’는 ‘꿈결 같다’에 가깝다.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2015’가 12일 서울 백암아트홀, 13, 20, 25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열린다(3만∼7만7000원. 02-941-1150). 올해 3회를 맞은 이 연례 행사엔 정상급이거나 주목할 만한 유럽 출신 재즈 연주자들이 참가한다. 어지럽고 시끌벅적한 미국 뉴욕의 거리 말고 고즈넉한 유럽 고성 같은 음악이 중심이다. 올해는 8개국(우크라이나 프랑스 이스라엘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폴란드 이탈리아) 출신 9개 팀의 무대가 준비됐다.

ECM레코드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보보 스텐손의 트리오(13일)가 꼭짓점이다. ‘유럽의 키스 재럿’ ‘스웨덴의 빌 에번스’ 같은 별명은 스텐손의 연주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김희준 엠엠재즈 편집장은 “서정적인 선율, 트리오 멤버 간의 인터플레이가 강점인 팀”이라며 추천했다. ECM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마르친 바실레프스키의 트리오(20일)는 폴란드의 풍경을 들려준다. 서정미를 강조한 음반과는 또 다른 매력의 역동적인 콘서트 연주로 유명하다.

같은 3인조라도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 오메르 클라인에게선 다른 맛이 난다. 김 편집장은 “클라인의 트리오는 멜로디 라인이 좋은 동시에 다이내믹이 잘 살아 있으며 중동 지역의 전통 음악 요소를 갖고 있다”고 했다.

보기 드문 소프라노 색소폰-아코디언 듀오도 볼 만하다. 프랑스의 그래미상 격인 ‘음악의 승리’에서 최우수 재즈 음악인상을 작년과 올해 바통처럼 이어받은 두 사람, 색소포니스트 에밀 파리지앵과 아코디언 주자 뱅상 페이라니의 이중주다. 아코디언에서 파리의 낙엽 냄새가 난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재즈도 있다. 스위스 출신의 토비아스 프라이시그는 콰르텟을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12일). 김 편집장은 “가장 개성 있고 참신한 사운드를 갖고 있어 호기심 많은 감상자들 취향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나윤선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울프 바케니우스는 트리오를 이끌고 기타 거장 웨스 몽고메리(1923∼1968) 추모 무대를 꾸민다(13일). 편안한 음색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르웨이 보컬 잉거 마리는 한국 가을에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를 뿌린다(12일).

이탈리아 베테랑 피아니스트 엔리코 피에라눈치는 음반 ‘Racconti Mediterranei’(2000년)에 쓸쓸한 관악을 보탠 클라리넷 연주자 가브리엘레 미라바시와 이중주를 펼친다. ‘Les Amants’ ‘The Kingdom’이 연주될 때 지중해를 꿈꾸며 잠들어도 ‘좋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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