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노히트노런 중인데 기습 번트…한화의 불문율 경계선 줄타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1일 05시 45분


한화 김경언-권혁(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화 김경언-권혁(오른쪽). 스포츠동아DB
불문율. 문자 그대로 성문화된 규율이 존재하지 않으나 묵시적으로 지키는 에티켓에 해당한다. 일종의 상대에 대한 ‘배려’다. 문제는 불문율이 속성상 경계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자의적으로 해석할 틈이 너무 많다. 그래서 불문율의 해석을 놓고 서로 입장이 엇갈리고, 감정의 충돌을 빚곤 한다. KBO리그에선 올 시즌 한화가 불문율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다.

● 김경언의 번트 시도, 어떻게 봐야 할까?


한화 김경언은 9일 잠실 LG전 8회초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한화가 0-8로 크게 뒤진 가운데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한 채 노히트노런을 당하고 있었다. 비록 번트 자체는 실패했으나, ‘큰 점수차에서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 같은 대기록이 걸려있으면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암묵적 불문율을 깬 행위라는 주장이 야구계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10일 대전 SK전에 앞서 “김경언이 번트를 대니 LG 3루수가 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국은 불문율인지 모르겠는데 일본은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나 ‘굴욕적 기록의 제물이 되는 마당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란 말인가’라는 반론도 성립한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조롱의 대상은 될지언정 보복구는 던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번트라는 합법적인 공격 기술을 빼고 싸우라는 것은 오히려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언은 10일 “상대 내야진을 당겨놓은 뒤 타격을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벤치의 지시는 없었다는 얘기였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노히트노런 중 몇 이닝, 몇 점차부터 번트가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을 리 없다. 김경언도 불문율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 고의4구 때 주자는 베이스에 붙어있어야 하나?

한화 권혁은 3일 대전 넥센전 연장 10회초 고의4구를 냈다. 그때 넥센 2루주자 김하성이 스킵 동작을 취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고의4구 때 주자가 움직이면 불문율 위반인지에 대해 야구계의 견해는 ‘아니다’가 우세하다. 모 감독은 “고의4구는 도루 타이밍”이라는 말까지 했다. 고의4구 때 폭투가 나올 수도 있는데, 2루에 붙어있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투수의 월권이라는 시각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가 김하성의 주루 이전에 기분이 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화는 전반기 롯데, kt와 큰 점수차에서 번트와 도루에 따른 보복구를 놓고 격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투수 혹사와 더불어 한화 야구가 주변의 공세에 시달리는 주요한 원인이 바로 이 ‘비매너 논란’에 있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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