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 다시 돌려주는 게 봉사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고생자원봉사대회 장관상 수상자 3명이 말하는 ‘봉사의 의미’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한 ‘중고생자원봉사대회’ 대상을 수상한 고유림 양, 김은재 군, 이노을 양(왼쪽부터). 이들은 어려운 처지에서도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한 ‘중고생자원봉사대회’ 대상을 수상한 고유림 양, 김은재 군, 이노을 양(왼쪽부터). 이들은 어려운 처지에서도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봉사는 ‘행복 부메랑’이라고 생각해요. 봉사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하게 만드니까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17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시상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과 한국중등교장협의회가 자원봉사를 통해 따뜻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모범 중고교생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자리. 이날 행사에서는 이노을 양(16·경북 포항 유성여고 1)과 고유림 양(17·경기 수원칠보고 2)이 여성가족부 장관상(대상)을, 김은재 군(17·전남 장흥 정남진산업고 2)이 교육부장관상(대상)을 받았다.

학생들은 이날 수상 후 소감에서 “남을 돕는 데는 많은 돈도, 특별한 자격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삶을 비관하기보다 자신이 남에게 무엇을 받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는것. 봉사를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일로 생각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봉사활동도 입시 스펙의 하나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전히 진심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청소년들의 사연은 더 큰 울림을 던져 줬다. 》

○ 소아암 환자 위해 머리까지 깎아
-포항 유성여고 이노을 양


이 양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한부모 시설에 입소해 살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가 없는 시간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하루를 보내는 게 일과였다. 아동센터 공부방에서는 복지사나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방과 후 수업을 받곤 했지만 늘 부족한 일손 탓에 혼자서 공부하는 날도 많았다. 이 양은 “같은 아동센터에 나와 비슷한 처지의 동생들이 많았다”며 “혼자서 공부하는 날이 많은 동생들이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만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사회복지사들을 도와 학습 보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나눔의 보람을 느끼면서 이 양은 봉사활동의 범위를 장애인 복지관, 노숙자 수용 시설 청소와 말벗 활동으로 넓혔다. 중학교 2학년 때는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였어도 6년 동안 기른 머리를 귀밑까지 잘라 소아암 환자를 위해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양은 “머리를 민 소아암 환자들이 가발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말했다. 이 양은 “어두웠던 성격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밝아졌다”며 “앞으로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임대아파트 편견을 극복하고 싶었어요.”
-수원칠보고 고유림 양


어렸을 때부터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살아온 고 양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지만 고 양의 어머니는 오히려 “우리가 어려워서 사회로부터 받는 게 많기 때문에 우리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고 양도 당시 지역 복지관에서 공부방 혜택 등을 받고 있었던 것. 이후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던 노인센터에 주말마다 함께 나가 독거노인들을 도왔다.

고 양의 봉사활동 범위도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복지관에 있던 또래 아이들에게는 “우리도 베풀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라고 제안해 ‘드림하이’라는 봉사 동아리를 결성한 것. 평소 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 등이 사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깨고 싶었던 고 양은 첫 활동을 동네 청소로 시작했다. 어른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소통하는 동네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아파트 단지의 문화 활동이 부족하다고 느낀 고 양은 ‘루나틱’ ‘빨래’ 등의 공연을 친구들과 만들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복지관에서 직접 공연하기도 했다.

○ 봉사자 찾기 힘든 농어촌에서 나눔 실천
-정남진산업고 김은재 군

정남진산업고는 전남 장흥에 있는 농어촌 학교. 김 군을 비롯한 20명의 학생들이 결성한 ‘정남진 재능 나눔 동아리’는 자원봉사자가 드문 농어촌 지역에서 눈에 띄는 봉사단체다. 이들은 지역 그룹홈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학교 컴퓨터실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다. 여건상 컴퓨터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 초중학생들을 도운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0명의 수혜 학생이 디지털 활용 능력 국가공인 자격증을 땄다.

심부전증을 앓고 있던 누나가 개인 후원자와 심장협회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김 군은 어렸을 때부터 나눔의 가치를 알았지만, 처음에는 남을 도울 방법을 몰라 주저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교 진학 후 선생님에게서 재능 기부를 통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후로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 군은 “봉사대회 상금도 소외 아동들의 컴퓨터자격증 시험비로 보태고 싶다”며 “봉사활동은 고향 마을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 스스로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