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BJ들, 수요집회 참석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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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연임이 결정됐지요. 투표도 거치지 않고서요.”

9일 낮 12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195차 수요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김선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가 “이럴 때일수록 젊은이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같은 시각 수요집회 현장과 김 대표의 발언은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PC와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실시간 채팅 창에 ‘일본은 사죄하라’ ‘알바 중이라 음소거(소리를 끈 상태)로 보고 있지만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등의 글을 올리며 호응했다. 몇몇 시청자가 ‘수요집회가 뭐지?’라고 묻자 곧바로 다른 시청자들이 자세한 설명글을 달기도 했다. ‘다음에는 저도 동참하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 나와 수요집회를 생중계한 이들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여성 BJ(개인방송운영자)인 최한나(BJ명 한나·31), 이유미(〃 윰댕·30), 장서현 씨(〃 이루리·20)다. 이들은 수많은 BJ 가운데 ‘아이돌’로 불릴 만큼 고정 시청자가 많다. 이들이 수요집회를 생중계한 이유는 위안부 문제를 잘 모르는 10, 20대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시작은 최 씨의 아이디어였다. 7년째 역사 관련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는 그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초 아프리카TV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프로젝트 진행을 제안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취지에 공감한 다른 BJ들이 속속 동참했다. 요리 관련 방송을 하는 BJ ‘요리왕비룡’을 비롯해 댄스, 게임 등 다양한 주제의 방송을 진행하는 BJ 10여 명이 모였다.

인터넷방송 경력 15년차인 이 씨는 “BJ가 노출 등 자극적인 방송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깨려고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되찾아 주세요!’라는 문화제 생중계를 시작으로 매주 수, 토요일 릴레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청자 대다수는 10, 20대다. 일부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이 역사 문제를 등한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와 다르다는 게 BJ들의 얘기다. 최 씨는 “방송을 보다가 할머니들의 사연에 ‘눈물이 났다’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도 수요집회 생중계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시청자가 직접 현장에 나오기도 했다.

현재 BJ들은 릴레이방송을 통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방송화면에서 ‘희망풍선’이라는 배너를 누르면 1개당 1000원씩 후원하는 식이다. 모인 돈은 위안부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이 추진하는 역사관 건립비용에 보탤 예정이다. 9일 오후 1시까지 모인 돈은 758만 원으로 목표액(1000만 원)의 75%를 넘어섰다.

23일에는 요리 방송을 하는 BJ들이 나눔의 집을 찾아 ‘추석음식 만들기’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bj#수요집회#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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