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기다렸는데, 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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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이산상봉 1차후보자 500명 선발, 경쟁률 132 대 1… 탈락자들 한숨

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추진센터에서 실향민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추첨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이산가족 생존자 6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추첨을 통해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을 
선정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추진센터에서 실향민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추첨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이산가족 생존자 6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추첨을 통해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을 선정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종 확률은 663 대 1.’

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다음 달 20∼26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1차 후보자 선정을 위한 추첨이 끝나자 장내에는 “아…” 하는 탄식이 흘렀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6만6300명 가운데 단 500명이 좁은 문을 통과했다. 불과 3분 만에 끝난 1차 후보자 선정 추첨 경쟁률은 132 대 1. 500명은 다시 최종 후보자 100명으로 좁혀지게 된다.

현장에 나와 추첨을 지켜봤던 상봉 신청자 10여 명은 1차 대상자 명단에 오르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세 번째 추첨인데 또 떨어졌다는 구본실 씨(86)는 1951년 1·4후퇴 당시 4세 아들과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헤어졌다. 그는 “아들이 아장아장 걷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평양이 고향인 남편 이창용 씨(93)와 함께 추첨을 지켜본 조갑순 씨(82)는 탈락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 씨는 “밤사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기도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평양에 부모와 동생을 남겨둔 채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정세훈 씨(85)도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정 씨는 “월남한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상봉 신청을 망설였다”면서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가보자는 마음에 신청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추첨에 앞서 고령자와 직계가족 우선 원칙 등 인선 기준을 마련했다. 500명 중 절반은 90세 이상 고령자로만 선발하고 직계가족은 가점을 받도록 설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500명을 추첨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들의 상봉 의사를 확인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반영해 대상자를 200명으로 압축한다. 납북자·국군포로 상봉 대상자는 별도로 50명을 선정한다. 이들 250명 명단은 15일 북한으로 보내져 생사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다음 달 5일 북한이 생사확인 결과를 보내오면 사흘 뒤인 8일 최종 상봉자 100명의 명단을 발표한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우경임 기자
#이산상봉#경쟁률#탈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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