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5~2016시즌 개막 특집] 앙숙에서 동업자로…삼성화재·현대캐피탈이 변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10일 05시 45분


2015∼2016시즌 V리그가 10월 10일 남자부 OK저축은행-삼성화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남녀 6라운드씩 펼쳐진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오른쪽)이 지난 시즌 삼성화재전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스포츠동아DB
2015∼2016시즌 V리그가 10월 10일 남자부 OK저축은행-삼성화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남녀 6라운드씩 펼쳐진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오른쪽)이 지난 시즌 삼성화재전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스포츠동아DB
1. 변화의 V리그

과거 시즌 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사이
젊은 사령탑 부임 후 연습경기도 가져
여자부 새 용병 제도…감독 역량 관건


2015∼2016시즌 V리그 개막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바짝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남녀 13개 팀의 훈련장에는 시즌 개막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숫자들이 보인다. 힘들었던 체력강화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몸을 한껏 단련한 각 구단은 해외전지훈련(표 참고)과 연습경기, 시스템 훈련 등으로 개막 이전까지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새 시즌은 10월 10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부 OK저축은행-삼성화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남녀 6라운드씩 펼쳐진다. 남자는 팀당 36경기씩 총 126경기, 여자는 팀당 30경기씩 총 90경기다. 포스트시즌 제도는 종전과 변함이 없다. 개막이 1주일 가량 앞당겨지면서 올스타전이 12월 25일 열리는 등 변화도 많다. 항상 대전에서 벌어졌던 개막전 장소가 달라진 것은 상징적이다. 남자부 삼성화재의 연속우승이 중단되면서 생긴 변화다.

그동안 V리그를 이끌어오던 시대정신은 삼성화재와 신치용으로 상징되는 ‘생활관리배구’, ‘분업화배구’였다. 이를 능가할 새로운 지도철학이나 훈련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 삼성화재를 따라하기만 하다보니 원조를 능가하진 못했다. 지난 시즌 2년차 신생팀 OK저축은행이 남자부에서 기적을 일으켰다. 그 결과가 일회성인지, 새로운 시대흐름을 예고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여파는 컸다. 감독 신치용은 2선으로 물러섰다. 경쟁자 김호철도 코트를 떠났다. 급격한 지도자 세대교체가 이어졌다. 이제 남자부에선 40대 사령탑들이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변화의 바람을 만든다. 한국배구의 황금기였던 슈퍼리그 시절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팬들을 사로잡았던 그들이 지도자로 돌아와 능력도 검증받고 새로운 배구도 시도한다.


● 남자부 변화의 바람은 생각의 유연성에서 나온다

최근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4차례나 연습경기를 치렀다. 과거 같으면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젊은 감독들은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먼저 연락해 삼성화재 훈련장에서 3차례 연습경기를 했다. 삼성화재도 충남 천안의 현대캐피탈 훈련장을 한 차례 찾았다. 그동안 두 팀은 정규경기 외에는 얼굴도 쳐다보지 않던 사이였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과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7월 청주KOVO컵 당시 훈련도 같이 했다. 훈련시설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지만, 젊은 사령탑들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벽을 쉽게 허물었다. 국가대표 차출 때도 젊은 감독들의 열린 생각 덕분에 선수단 구성은 어렵지 않았다.

남자부 감독들은 자신들이 성공해야 V리그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용감하게 새로운 시도도 한다. 아직은 서툴지만 다양한 배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감독들이 시즌 개막에 앞서 스피드와 조직력을 외쳤지만, 이를 실제로 보여주진 못했다.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현실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용감한 선택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KOVO컵에서 몇몇 팀은 감독의 젊은 생각이 들어간 배구를 시도했다. 완성품은 아니었지만, 새 시즌 기대를 품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 2015∼2016시즌은 한국배구의 변화를 실감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 여자부는 외국인선수 제도 변화가 변수


여자부는 새로운 제도 속에서 첫 시즌을 치른다. 드래프트로 선발한 6명의 미국 국적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새 제도의 정착 여부를 판가름한다. 연봉 12만∼15만달러의 저렴한 선수들이 과거 외국인선수들과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그동안 V리그는 헛돈을 썼음이 입증될 것이다. 만일 새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자유계약제도에서 영입한 선수들보다 떨어진다면, 감독들이 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외국인선수의 그늘에 가려졌던 지도자의 능력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선발 때부터 변화의 조짐은 보였다. 흥국생명, 현대건설 등은 장신의 느린 라이트 대신 수비가 가능한 레프트 또는 빠른 선수를 선택했다. 외국인선수에 가렸던 토종 레프트에게는 희망적인 변화다. 올드팬들에게 익숙했던 아기자기한 배구, 국내선수들의 역할이 커진 배구, 한국배구가 반드시 이뤄야 할 숙제로 여겨지는 스피드배구의 출현은 여자부에서 먼저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V리그의 역대 외국인선수 공격 점유율과 성공률 추이(표 참고)를 보면 새로운 배구의 필요성을 실감할 것이다.

● 자유계약제도의 마지막 남자부 용병들에게 필요한 것은 목표의식

남자부 7개 팀도 외국인선수에게 마지막 큰 투자를 했다. 시몬의 부상으로 변수가 생긴 OK저축은행을 제외하고 6개 팀이 모두 외국인선수를 결정했고, 팀 훈련에도 합류시켰다. 역대 어느 시즌보다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외국인선수들의 면면은 좋다. 다른 리그에서 충분한 성적을 낸 선수도 있고, V리그에서 역량을 검증한 선수도 있다. 변수는 이들의 능력이 아닌 ‘생각’이다. 남자부도 다음 시즌부터 드래프트로 외국인선수를 선발한다. 지금까지 V리그를 찾았던 선수들의 몸값보다는 적은 액수의 연봉 상한선이 관건이다. 빅리그나 더 많은 돈을 쫓아야 할 선수들이 지금의 팀을 위해 얼마나 헌신해줄 것인지가 변수다. 이들에게 제대로 목표를 설정해주지 못한 팀은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시즌보다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들이 마음을 합쳐야 한다. 중요한 변수다.


● 강화된 네트터치 규정과 센터의 위상 변화


이미 KOVO컵에서 강화된 네트터치 룰의 변화를 실감했다. 남자부는 경기당 5.6번, 여자부는 4번의 네트터치가 나왔다. 지난해 컵대회와 비교하면 남녀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시즌의 경우 남자부에선 경기당 1.99회, 여자부에선 1.48회의 네트터치가 나왔다. 중요한 순간 경기의 향방을 좌우할 만한 변화다. 공교롭게도 새 시즌 센터의 수요가 늘었다. 주전 센터의 부상과 군 입대, 나이 등 이러저런 이유로 각 구단이 센터 보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센터가 금값이다. 그동안 공격의 양념 역할로 인식되던 자리였지만, 새 제도와 달라진 환경이 센터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그 변화의 시작은 지난 시즌 센터-라이트 겸용 시몬의 성공이었다. 여자부 김희진(IBK기업은행)이 국가대표팀에서 그 역할을 수행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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