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오른 통일외교 긴 호흡으로 추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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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서울안보대화 개막식에서 “한반도 통일은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며 세계사적으로는 20세기 냉전의 역사를 종식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통일 비전을 재천명했다. 올해 4회째인 서울안보대화는 미국 중국 일본 등 30개국 국방 관리와 유엔 등 4개 국제기구의 안보전문가들이 글로벌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박 대통령은 서울안보대화를 한반도 통일의 기반을 닦는 ‘다자안보대화체’로 발전시키겠다며 한중(韓中) 정상회담에 이은 ‘통일외교’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한국이 평화통일을 주도하는 데 주변국의 동의와 협조가 중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한반도 통일이 국제사회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세계가 공감하도록 외교 전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가장 빠른 방법은 평화통일이며 이를 위해 중국과 다양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북핵이 해결돼야 통일도 가능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지만 현실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동맹국인 미국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중국이 통일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할 필요는 있지만 미국과도 아직 하지 않은 심도 있는 통일 논의를 중국과 한다는 데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중국이 혈맹인 북을 버리고 한국을 택하는 전략적 전환을 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선 구체적 통일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당사자인 북과도 전혀 논의가 없는 상태다. 당장 북은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의 힘으로 실현해야 할 민족적 중대사”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동북아 외교 주도가 숨이 찰 지경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 내 통일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8년 9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4년까지 연임이 유력하다. 북한 김정은은 급변사태가 없는 한 종신 집권이다. 2017년 1월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넘어 남북통일까지 도모할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통일 논의에 쏠린 국민과 우방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통일정책의 기틀을 다지는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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