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증제도 전면 재조정… “대출로 생존 ‘좀비기업’ 퇴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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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역할 10월 개편

공공 보증기관에 기대어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에 대한 보증 지원이 줄어드는 대신 유망 신규 기업에 대한 보증이 대폭 늘어난다. 보증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오래된 기업만 계속 보증 지원을 받고 있어 새로 창업한 기업은 보증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9일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늘어나도록 보증 제도를 대폭 개편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중복 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 방안’을 10월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신규 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도록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보증 제도는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도 세워진 지 10년 이상인 기업에 대한 보증이 계속 연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9월 현재 신보의 보증 총액 가운데 업력 10년 이상 기업에 대한 보증액이 40% 수준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신생 중소·벤처기업에 자금 지원을 해야 하는 신보, 기보가 본래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10년 이상 장기 보증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대출에 기대 생존하는 좀비 기업이라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옥석 가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보증 졸업제’ 등을 보완해 장기 보증 기업에 대한 보증을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지원 혜택이 신규 기업에 돌아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기업에 대한 중복 대출 문제도 해결할 방침이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금융공기업 개혁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대기업·중소기업 등이 산은, 기은,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총대출 200조3926억 원 가운데 35.8%가 2개 이상의 기관에서 받은 중복 대출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와 같이 기은은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도록 하는 대신, 산은은 중견·성장기업에 집중하도록 해 이 같은 중복 대출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산은의 역할도 대폭 조정된다. 앞서 산은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민영화를 위해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다가 현 정부 들어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올해 1월 다시 통합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부실, 지지부진한 금호산업 매각작업 등을 이유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산은의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기업 구조조정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일부 줄여나갈 계획이다. 2014년 말 현재 산은의 전체 기업여신 97조 원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48조 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차세대 산업을 발굴해야 하는 산은이 대기업 대출과 구조조정에만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민간은행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산은은 지식재산권 거래, 신성장 산업 투자 등 민간은행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 관련 업무는 이르면 10월 출범할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와 분담토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보증제도#재조정#좀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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