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 교황 둘러싸고 ‘보혁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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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이혼 등 금기 포용 논란… 보수파 사제들 반발 거세져
프란치스코 교황 22일 첫 訪美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미국 방문(22∼27일)을 앞두고 가톨릭 보수파와 진보파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2013년 3월 취임 후 동성애, 이혼, 무신론, 낙태 등 가톨릭의 여러 금기를 포용할 뜻을 밝힌 교황에 대한 보수파 사제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

교황에게 가장 반기를 든 인물은 미국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67)이다. 보수적인 미 중북부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난 그는 세인트루이스 대교구장, 교황청 최고법원 대심원장 등을 지낸 교회법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10월 교황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열어 가톨릭이 2000년간 죄악으로 치부해 온 동성애를 받아들일 뜻을 밝히자 거세게 항의하다 교황의 눈 밖에 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달 뒤 그를 지중해의 외딴섬 몰타에 있는 몰타기사단 사제로 보내버렸다.

이탈리아 볼로냐 교구를 이끄는 카를로 카파라 추기경도 대표적인 교황 반대파이다. 그는 “교황이 이혼하거나 재혼한 사람들에게 가톨릭이 포용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 자체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시카고 교구의 블레이즈 수피치 대주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여러 이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미 언론들은 2008년 베네딕토 16세 이후 7년 만에 미국 땅을 밟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기 위해 미국 사회가 분주하다고 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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