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안보법안 밀어붙일듯… 日언론 “자민당 군국시절 기구 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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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직 투표없이 연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예상대로 2018년 9월까지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2020년 올림픽을 주관한다는 명목으로 당규를 고쳐 3선까지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에 대비한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직 임기가 이달 말 종료함에 따라 8일 총재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한 결과 아베 총리가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이에 따라 무투표로 총재직 연임이 결정됐다.

자민당이 투표 없이 총재를 결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2001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14년 만이다.

일본 의원내각제는 집권당 총수가 총리를 맡게 돼 있어 아베의 총리 임기는 2018년 9월까지 자동 연장됐다. 1차 집권기(2006년 9월∼2007년 9월)에 이어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총리가 3년 더 집권하게 되면 통산 약 6년 9개월(2436일)간 총리로 재임하게 된다. 자신의 작은외할아버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2798일)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2616일)에 이은 전후 세 번째 장수 총리 기록이다.

자민당 내에서 유일하게 총재 선거 도전 의사를 밝혀 아베에 반기를 든 여걸이라는 평을 들었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자민당 총무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힘이 미치지 않았다”며 총재 선거 도전을 단념하겠다고 했다. 당내 7개 파벌이 모두 아베 총리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출마 요건인 추천인 20명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무투표 당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참의원에서 심의 중인 안보법제를 염두에 둔 듯 “9개월 전 총선거 공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치 결속해 나가자는 의원들의 생각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다음 달 개각과 당직 인사를 단행해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민당은 총리 연임이 결정되면서 최대 현안인 안보법안을 이달 16∼18일 중에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6일 요미우리TV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해 “비원(悲願·비장한 소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베 총리가 내년 7월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실시해 양원을 장악한 뒤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미래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안보법안 추진 과정에서 일방 통행식 정치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최근 중국 경제 침체에 따른 엔화 강세와 주가 하락은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를 낳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8일 밝힌 올해 2분기(4∼6월) 성장률(전 분기 대비)도 세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2017년 4월 소비세율 2차 인상(8→10%)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정권의 불안 요인이다.

일본 언론 상당수는 아베 독주에 우려를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지금의 자민당은 일본 군국주의 시절 관제 국민동원기구였던 ‘대정익찬회’ 같다는 조롱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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