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비금융 자회사 20여곳 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위, 10월 ‘정책금융 강화案’ 발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등 자회사에 대한 관리 부실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KDB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들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산은의 주요 자회사 20여 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8일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의 하나로 산은의 자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산은은 중소·벤처투자와 구조조정 과정의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 현대시멘트, 오리엔탈정공 등 118개의 비금융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투자 목적이 달성됐거나 경영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은 신속하게 매각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자회사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산은이 구조조정 명목으로 장기간 기업들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2000년 출자전환으로 산은의 자회사가 된 후 14년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 있다가 올해 2분기(4∼6월) 3조318억 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시장에서는 산은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은은 대우조선 최대주주(지분 31.5%)로서 산은 출신 고위 임원과 기업금융4실장을 각각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감사위원으로 파견해 왔다. 그런데도 수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하기까지 산은이 이상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자회사 관리에 중대한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자료를 내고 “증권사들이 2004년부터 목표주가 하향 조정을 통해 끊임없이 대우조선의 경영 성과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으나 산은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산은 책임자의 대우조선 이사회 참석률이 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65%에 그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원 목적이 달성됐다면 투자 자산을 회수해 미래성장이 유망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선순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빠르게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는 산은의 자회사 매각 방안을 포함한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을 10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미 4월부터 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한편 산은은 금융 자회사인 KDB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등 세 곳을 팔기로 하고 10월 초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산은이 보유한 지분은 대우증권 43%, 산은자산운용 100%, 산은캐피탈 지분 99.92%다. 대우증권의 매각 가격은 지분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2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