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산업 고비용 구조가 투자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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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협회 세미나서 “노사관계 개선” 목소리

《 올해 3월 산업연구원 연구진은 해외 자동차업체들의 노사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본사를 방문했다. 여기서 만난 GM 본사의 한 임원은 연구진에게 “한국의 고비용 구조 속에서는 추가 투자가 어렵다”며 “(2017년 철수하기로 결정한) 호주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개최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 이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고비용 구조와 노동 경직성에 갇힌 한국 자동차산업이 노사관계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 도요타보다 임금 높지만 1인당 매출 낮아

KAMA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전년 대비 2012년 2.0%, 2013년 0.9%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는 0.1% 증가에 그쳤다. 수출대수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2.6%, 0.8% 줄었다.

비용 경쟁력은 낮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기업 종업원 1인당 평균 임금은 9234만 원. 일본 도요타(8351만 원), 독일 폴크스바겐(9062만 원)보다 높은 액수다. 반면 1인당 매출 규모는 한국은 7억4706만 원인 데 반해 도요타는 15억9440만 원, 폴크스바겐은 8억5712만 원, GM은 9억6789만 원이었다.

근로 유연성도 떨어진다. 한국은 1주에 12시간 내에서만 추가 근로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도요타는 연간 360시간 내에서 추가 근로를 탄력 적용한다. 폴크스바겐은 일감이 줄었을 때 근로시간을 줄인 뒤 일감이 몰릴 때 적립해둔 근로시간을 꺼내 쓰는 ‘계좌제’를 연간 400시간 내에서 적용한다.

조철 실장은 “2013년 도요타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53세에 가장 많은 981만7000엔(약 9817만 원)을 찍은 뒤 59세에 831만9820엔으로 약 15% 줄었다”며 “근로시간과 생산성 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고용-임금 간 ‘빅딜’ 이뤄져야

이날 세미나에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노사가 위기를 공감했을 때 노동개혁이 이뤄졌다”며 “1970년대 시작된 대립적 노사관계의 프레임을 깨고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은 1993년 19억 마르크(약 1조3270억 원)가 넘는 적자를 내자 인건비가 싼 동유럽 등에 공장을 짓고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2001년 폴크스바겐 노사는 기존 공장보다 임금 수준이 20% 낮은 공장 ‘오토5000’을 짓기로 합의했다.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24개월로 제한했던 파견기간이 전면 폐지됐고, 건설업을 제외한 전 업종에 파견근로가 허용돼 유연성이 높아졌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일본 독일 미국 중 노조가 쟁의행위(파업)를 했을 때 대체근로를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기업이 도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용근 KAMA 회장은 “회사가 국내 생산을 유지해 고용을 보장하면 노조는 임금 총액이 글로벌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화답하는 고용-임금 간 ‘빅딜’이 필요하다”며 “임금, 단체협약 기간을 현행 1년에서 통상적인 신차 개발 기간인 3, 4년으로 늘려 중장기적 시각에서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호봉제에서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고 파견, 근로시간, 전환 배치 등에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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