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감독 이끄는 ‘약체 홍콩’, 월드컵 亞 2차 예선서 선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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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시작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약체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0위권 대의 약팀들이 상위 팀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면서 승점을 쌓고 있다.

홍콩의 선전이 가장 눈에 띤다. 국내 프로축구 울산과 전북에서 뛰었던 김판곤 감독(46)이 이끄는 홍콩 대표팀은 3일 열렸던 중국과의 2차 예선 C조 방문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며 승점 1을 챙겼다. 홍콩이 중국과의 경기에서 패하지 않은 건 1985년 멕시코 월드컵(1986년) 예선 때 2-1 승리를 거둔 이후 30년 만이다. 수비수 출신인 김 감독이 지휘하는 홍콩은 2차 예선 첫 상대였던 부탄을 7-0, 두 번째 상대인 몰디브를 2-0으로 꺾은데 이어 중국을 상대로도 골을 내주지 않으면서 7일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했다.

홍콩의 FIFA 랭킹은 151위, 중국은 84위(아시아 8위)다. 인구 700만이 조금 넘는 홍콩은 13억 인구 중국의 특별행정구다. 하지만 월드컵 지역 예선에는 국가 단위가 아닌 축구협회 단위로 팀을 꾸려 출전하기 때문에 홍콩과 중국이 맞붙게 됐다. 축구협회는 홍콩(1914년)이 중국(1924년)보다 먼저 생겼다.

홍콩은 1956년 제1회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1950, 60년대까지 아시아 정상권에 근접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1974년부터 월드컵 지역 예선에 참가했지만 본선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홍콩 축구팬들은 ‘매직 판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홍콩 팬들은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홍콩을 16강에 올려놓은 김 감독에게 ‘매직 판곤’, ‘킴 서(Kim Sir)’ 등의 별명을 붙여줬다.

예선 D조에 속한 FIFA 랭킹 149위의 투르크메니스탄은 6월 이란(40위·아시아 1위)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예선 E조의 FIFA 랭킹 157위 싱가포르도 적지에서 일본(58위·아시아 3위)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0-0으로 비겨 승점 1을 챙겼다. 싱가포르는 일본이 3-0으로 꺾은 캄보디아를 4-0으로 눌렀다. FIFA 랭킹 126위인 북한은 우즈베키스탄(76위·아시아 6위)을 4-2로 꺾는 등 3연승을 달리면서 H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8개 조에 각각 5개 나라가 속한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는 각조 1위와 성적이 좋은 2위 팀 4개국까지 모두 12개 나라가 3차 예선에 진출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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