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영]심학봉 감싸는 與의 ‘윤리 불감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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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정치부
홍수영·정치부
“(새누리당은 제명안이) ‘5주 만에 처리되는 것은 빠르다’고 하는데 헌정 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을 5주나 끄는 게 문제 아닙니까!”(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

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소위원회가 결렬된 뒤 야당 여성 의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소위는 40대 여성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8일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제명을 권고하자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론도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흘렀지만 새누리당이 느닷없이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심 의원의 소명을 직접 듣는 등 신중한 심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새누리당의 한 여성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보다 윤리의 잣대가 높은 것은 맞지만 (징계 결정) 마지막 단계이다 보니…”라며 말을 삼켰다. 스스로도 멋쩍었는지 “내 말이 말이 안 되죠?”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심 의원 징계에 미온적인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반응도 있다. 당 지도부는 심 의원이 탈당했으니 더는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리특위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김무성 대표), “이미 탈당했기 때문에 당 차원의 대응보다는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삼아야 한다”(원유철 원내대표)라는 무책임한 말만 무성하다.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는 빗나간 동료 의식도 한몫했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은 심 의원 사건이 알려진 뒤 6일이 지나서야 징계 촉구 성명을 냈다. 그나마 기자회견장에는 전체 여성 의원 19명 중 겨우 4명만 섰을 뿐이다. 한 의원은 “한때 같은 당 의원이었는데 굳이 앞장서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무리 ‘신중하게’ 심의한다 해도 심 의원이 평일 대낮에 상임위 회의에도 불참한 채 한 호텔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호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시간만 벌면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된다는 경험칙에 기댄 것인가.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의원들의 태도가 너무나 한심하다.

홍수영·정치부 gaea@donga.com
#심학봉#윤리불감증#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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