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전환율 법정한도, 재계약때도 적용해 세입자 보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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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전월세 대책 추진 배경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던 이미경(가명·33·여) 씨는 올해 초 월세로 돌리고 싶다는 집주인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월세를 내려고 했다. 초저금리 시대이니 월세도 비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전세금 3억2000만 원 가운데 보증금으로 1억 원만 남기고 나머지 2억2000만 원을 월세로 돌려 매달 15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씨가 계산해 보니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월세전환율이 연 8.2%나 됐다.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전환율(7월 기준 연 5.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 씨는 살던 집을 포기한 뒤 수개월 동안 도화동 인근에서 전세나 더 싼 월세 매물을 찾아 헤맸지만 실패했다. 그는 결국 지난달 말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구해 이사했다.

정부가 7일 월세전환율 인하와 전세금 급등 가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뼈대로 한 전월세대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세입자들의 고통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재건축 이주 겹쳐 전세난민 급증

7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09년 3월 이후 올해 8월까지 6년 6개월간 전국 주택의 전세금 상승세는 계속됐다. 2005년 2월부터 2008년 10월까지의 전세금 연속 상승 최장 기간(3년 9개월)을 뛰어넘은 것이다.

전세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월세 보증금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월세통합지수는 7월보다 0.04% 올랐다. 월세 유형 중 보증금이 전세금의 60%를 초과하는 ‘준전세’ 지수가 0.19% 상승하며 전반적인 월세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전월세난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이주민들이 급증하며 한층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나올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구 규모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만 4000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이 한창인 서울 강동구에서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김모 씨(34)는 집주인들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전세금을 요구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김 씨는 “눈여겨봐 둔 아파트의 집주인이 올가을에 재건축으로 이사 올 사람들이 많을 거라며 매매가가 4억7000만 원대인 집의 전세금으로 4억 원을 부르고 있다”며 “적당한 집이 안 나오면 당분간 처가살이를 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이 지역 LG공인의 강종록 대표는 “재건축을 앞둔 고덕주공3단지는 전세금이 올해 1월 1억5000만 원이었는데 이달 현재 4000만 원이 뛰었다”며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지속되는 한 어떤 주택정책이 나와도 전세난을 잠재우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 “월세전환율 상한선 재계약 때도 적용”


국토교통부가 이달 2일 ‘주거안정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안 돼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전월세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공급만 늘리는 기존 대책으로는 전월세난을 풀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의 흐름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은 지난해 1월만 해도 임차보증금 규모에 제한이 없었다. 정부는 전세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2월 전세보증금 6억 원 이하로 보증 대상을 제한했고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보증금 4억 원 이하’로 기준을 강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증금 한도를 다시 높일 계획은 없다”면서도 “일시적으로 보증금이 급등한 경우만 예외적으로 보증 대상에 포함해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법정 월세전환율 한도 적용 대상을 전세 계약기간이 끝난 뒤 월세로 계약을 바꿀 때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월세전환율 한도(연 6%)가 있어도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으면서 월세로 계약을 바꾸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부터 실시될 가계부채 규제로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입자들이 대출받아 집을 사려다 깐깐해진 대출 규제 탓에 다시 전세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등 전세난을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홍수용 기자
#월세전환율#법정한도#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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