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예상깨고 강경… 200명 규모 금강산 상봉엔 의견 접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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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실무접촉]

이번에는 꼭… 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한 이산가족 신청자가 눈물을 
흘리자 한 자원봉사자가 닦아주고 있다. 이날 판문점에선 추석을 계기로 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열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번에는 꼭… 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한 이산가족 신청자가 눈물을 흘리자 한 자원봉사자가 닦아주고 있다. 이날 판문점에선 추석을 계기로 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열렸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7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은 것은 향후 남북대화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2013년 8월과 2014년 2월 두 차례 열렸다. 지난해 2월 5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4시간 만에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이번 회담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체회의로 시작해 수석대표 일대일 면담, 전체회의를 반복하며 양측이 좀처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회담도 50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기조연설 순서 등 양측이 실무 절차를 협의하다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신경전이 팽팽했다는 뜻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실무접촉이 북한이 8·25 합의를 이행하려는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접촉을 발판 삼아 당국자 회담 등도 성사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북 확성기 중단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북한은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장거리 로켓 발사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8·25 합의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도발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도 도발→ 합의→ 파기 수순을 밟을 경우 남북관계는 장기간 공전할 것으로 보인다.

○ 남북, 팽팽한 신경전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분의 기대와 염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8·25 고위급 접촉 이후 첫 회담이어서 남북 모두가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접촉 결과가 향후 남북대화의 방향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만 논의했던 지난 접촉과 달리 이번 회담 테이블엔 △이산가족 생사 확인 △상봉 정례화 △서신 교환 및 화상 상봉 등 다양한 의제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의 달라진 기류가 협상 지연의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외교’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3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외 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의 비무장지대 도발 사태’ ‘(중국의) 건설적 역할’ 등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다.

이날 실무 접촉이 열리고 있는 도중에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에서의 합의를 통해 우리 민족끼리 일촉즉발의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수호할 능력이 있음을 온 세상에 보여준 조건에서 ‘조선반도의 안정을 보장한다’는 미군 주둔의 해묵은 구실도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은 8·25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 기자 취재 제한한 비공개 접촉

남측은 실무접촉에서 추석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제안했다고 한다. 남북은 지난해 2월 상봉행사와 비슷하게 금강산 면회소에서 200명 규모(남북 각각 100명)로 치르는 것으로 의견 접근을 했지만 이날 오후 10시 현재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25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남측은 이산가족 명단 교환 얘기를 꺼냈지만 북한 대표단이 생사 확인 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려 당장은 어렵다는 태도를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기자들의 취재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깜깜이 회담’으로 열렸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이 아닌 실무접촉은 ‘풀 기자’가 가지 않는 전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7월에 열린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접촉에도 기자들이 동행했고, 과거 적십자 회담이나 실무접촉도 기자들이 취재를 해왔던 만큼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나치게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남북대화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고위급 접촉도 남북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북한#금강산#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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