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힐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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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여론조사서 샌더스에 역전당해… e메일 스캔들 등 3大 악재에 대세론 휘청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지율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50% 선이 무너지더니, 이제는 민주당 후보 지지율 1위 자리를 버니 샌더스(무소속)에게 내주고 말았다. 대세론은커녕 민주당 후보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 NBC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 폴이 뉴햄프셔 주에서 이달 초 실시해 6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32%를 얻어 41%를 얻은 샌더스에게 9%포인트 차로 뒤졌다. 클린턴이 올 4월 대선 출마 선언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1위 자리를 내주기는 처음이다. 7월 같은 조사에서 클린턴은 42%로 32%의 샌더스를 오히려 10%포인트 앞섰다. 뉴햄프셔는 내년 2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각 당의 프라이머리(당원과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경선)가 열리는 곳이다.

앞서 클린턴은 지난달 19일 CNN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48%를 얻어 처음으로 지지율 50% 선이 무너졌다.

미국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클린턴의 추락엔 3가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은 e메일 스캔들 등에 따른 호감도 급감. 미 정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만큼 중요한 항목이 호감도인데, 정치인에 대한 여론이 출렁일 경우 이성적 판단이 작용하는 지지율보다 감성적 판단에 가까운 호감도가 먼저 반응해 민심의 ‘선행 지표’로 통한다.

이번 NBC 조사에서 클린턴에 대한 호감도는 36%에 불과한 반면 비호감도는 두 배에 가까운 60%에 달했다. 반면 샌더스는 호감도 46%, 비호감도는 33%였다.

오랜 대중 노출에 따른 정치적 신선도 하락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클린턴은 22년 전인 1993년 대통령 부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이래 줄곧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고, 2008년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대선에 출마하지만 그를 다시 보게끔 만드는 차별화된 행보나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언론과의 고질적인 갈등도 문제다. 공화당 1위인 도널드 트럼프도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이민법 개혁 등 중요 이슈를 놓고 공개적으로 격론을 벌이는 유형이어서 오히려 언론을 이슈 메이킹에 활용한다. 반면 클린턴은 언론 인터뷰를 피하거나 대선 관련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갈등을 유발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힐러리#역전#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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