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식 “꿈을 좇지는 못해도 결코 잊지는 말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8일 07시 05분


엠넷 ‘쇼미더머니4’ 우승자 베이식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때 직장생활을 했지만, 래퍼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베이식은 “꿈을 이룰 수 없더라도, 꿈을 잊지는 말라”고 했다. 사진제공|RBW
엠넷 ‘쇼미더머니4’ 우승자 베이식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때 직장생활을 했지만, 래퍼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베이식은 “꿈을 이룰 수 없더라도, 꿈을 잊지는 말라”고 했다. 사진제공|RBW
■ ‘쇼미더머니4’ 우승자|베이식

유부남 직장인으로서 꿈을 좇아 사표까지
잘 해야만 했죠…이젠 오래 랩 하는 게 꿈


베이식(이철주·29)은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동하던 2008년 어느 날, 지인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한 여자를 보게 됐다. 빨간 상의에 청바지, 다리가 길고 예쁜 여자였다. 호감을 느껴, 전화번호를 얻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쯤 전화를 걸어 “다이나믹듀오 공연을 보러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랑의 시작이었다.

베이식이 군대를 갔다 오고, 미국 보스턴으로 돌아가 대학에 복학해서도 그 사랑은 변함없었다. 졸업이 가까워지고, 결혼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서 베이식은 딜레마에 빠졌다.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직장을 구해야 하나’의 갈림길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베이식은 2013년 11월, 한 스포츠 의류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같이 있으면 좋고, 늘 웃게 해주는” 여자와 결혼했다. 만난지 5년 만이었다.

직장에서 그의 일은 스포츠마케팅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접촉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직장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심장 한 구석엔 ‘래퍼’의 피가 용솟음쳤다.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기던 절친 작곡가 임상혁과 래퍼 빅트레이가 베이식의 “옆구리를 계속 찔러”댔다.

한창 흔들리던 무렵, 엠넷 ‘쇼미더머니4’ 예선 소식이 들려왔다. 만삭의 아내, 곧 태어날 아이를 떠올리면 ‘가장’의 책임감이 컸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해보라”는 아내의 격려에 결심을 굳혔다. 그 역시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사표를 내고 임상혁을 따라 마마무 소속사이자 작곡가 김도훈이 공동대표인 RBW를 찾아갔다. 그리고 ‘쇼미더머니4’에 출전했다. 잘 되리란 보장도 없었고, 사표 낸 일이 후회될 상황이 생길 수 있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출전했다. 그 무렵 아들이 태어났다.

“나 좋은 것(음악) 하겠다고 주위에 불안감 줬으니, 잘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가장이었으니까.”

베이식은 ‘쇼미더머니4’에서 승승장구했다. 그가 ‘스탠드 업’ ‘좋은 날’ ‘아임 더 맨’ 등에서 선보인 현란한 랩은 모두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가 랩으로 풀어낸, 유부남 직장인의 래퍼 도전 이야기는 큰 공감을 얻었다. 결승전에선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겨뤄 압도적 차로 이겼다.

“운이 참 좋았다. 본선에 오른 누구나 우승할 실력인데, 난 행운의 연속이었다. 대진운도 좋았고, 여러 운이 모여 우승을 만들어준 것 같다.”

베이식은 어릴 적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을 들으며 랩에 빠졌다. 대학생이 되어 언더그라운드 음악계를 알게 됐고, “그 중에 몇몇 보다는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치기어린 생각”도 하게 됐다. “싸구려 마이크를 사고, 오디오 카드를 사서”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었다. 한 힙합전문사이트에 자작곡을 올렸고, 이를 계기로 스윙스, 이노베이터, 크루셜스타 등 래퍼들을 만나고, ‘지기펠라즈’라는 힙합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랩”, “가사 내용보다는 리듬과 박자, 들리는 그 자체”를 좋아했던 베이식의 랩은, 그래서 빠르고, 화려하고, 라임이 많다. 베이식이란 이름은 ‘기초’란 의미의 ‘Basic’과 ‘멋지다’는 속어 ‘Sick’를 합성했다.

“랩 하는 사람도 많고 저마다 취향과 스타일이 다르다. 나는 ‘랩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랩을 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베이식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뒤늦게 도전해 ‘희망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나는 꿈을 좇아서 직장을 뛰쳐나왔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사표 쓰고 나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꿈을 이루려 도전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현실적 상황’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꿈을 좇지는 못하더라도, 결코 잊지는 말라”고 했다.

‘쇼미더머니4’ 종료 후 출연자들과 공연을 벌이고 있는 베이식은 곧 메이저 시장에서 처음 내놓을 첫 음반에 돌입한다. 그에게 ‘더 큰 꿈이 있느냐’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랩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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