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동대처 못한 안전처 장관 “유언비어 엄단”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0시 00분


코멘트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이 그제 추자도 부근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과 관련해 “유언비어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으로 “해경이 구조 요청을 듣고도 지나쳤다”는 소리가 나돈다고 장관이 나선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해경 경비정을 향해 살려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그냥 지나가더라”란 생존자 증언 보도에서 나왔다. 허위사실 유포 단속 권한은 검찰과 경찰에 있는데, 박 장관이 무슨 자격으로 “유언비어 엄단” 운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작년 세월호 참사 때 초동대처에 실패했던 해경은 이미 ‘해체’됐다. 그 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뀌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 사고가 난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는 5일 오후 7시 39분 완전히 사라졌지만 해경 추자안전센터나 어선 등록지인 완도해경 땅끝출장소 어디서도 모니터링한 흔적이 없다. 세월호 침몰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부실 관제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꼴이다.

더구나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초동 조치가 늦어진 것을 “미승선자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돌고래1호 선장이 8시 10분경 해경출장소에 “돌고래호와 연락이 안 된다”고 알렸는데도 해경은 승선자 명부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었고, 유일하게 통화한 박모 씨가 “배가 잘 가고 있느냐”는 질문에 “네” 하고 답하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해경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돌고래호 통신이 끊긴 지 11시간이 지나서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객들은 배가 뒤집힌 뒤 아이스박스나 선체를 붙잡고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해경에서 모니터링만 제대로 했다면, 선장의 신고에 즉시 구조 경비정을 출동시켰다면 아까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전처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육상 30분 이내, 해상 1시간 이내 특수구조대가 재난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2017년까지 구축하겠다”고 했다. 해경을 관장하는 박 장관은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 현장 조직의 조난 구조 대응체계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으면 군 출신답게 사퇴의 결기라도 보이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