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양준혁 선수… 사회 곳곳서 21만 동문의 끈끈함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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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높이 날다]영남대 동문들 활약상

올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남대 미주 총연합동창회. 미국 10개 지역에 결성된 동창회는 유학생과 재학생 등 후배들에 대한 지원에 힘을 모으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남대 미주 총연합동창회. 미국 10개 지역에 결성된 동창회는 유학생과 재학생 등 후배들에 대한 지원에 힘을 모으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잃으면 미래를 빛낼 에너지도 사라집니다. 후배들이 땀을 흘리며 삶을 야무지게 설계했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갖고 있습니다.”

내년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45·영남대 체육교육학과 졸업)의 말이다. 본선 진출을 위해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신 감독은 “영남대 축구팀에서 훈련하던 시절은 꽤 힘들었지만 선후배의 신뢰와 의기투합이 큰 힘이 됐다”며 “대학생 때 만들어진 이런 태도가 지금 국가대표팀의 실력을 키우는 데도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영남대 출신 야구선수였던 양준혁 씨(46)와 함께 실력 못지않게 모교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양신’으로 불린 양 선수는 2010년 은퇴 후 모교를 찾아 후배들부터 만났다. 그는 교내 야구장으로 몰려든 후배들에게 “30년 야구 인생은 더 나은 실력을 갖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과정이었다”며 “후배들도 이런 우직한 자세로 자신을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영남대 동문(21만 명) 선후배 사이는 ‘끈끈함’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후배는 선배를 통해 졸업 후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선배는 후배가 대학생활을 잘하도록 애정을 쏟는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는 안에서 쪼며 서로 힘을 보태는 ‘줄탁동시’와 닮았다.

대표적인 행사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매년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만나는 것이다. 올해 4월 열린 행사에는 각 분야에서 리더로 활동하는 재경 선배 100명이 1박 2일간 모교를 찾았다. 버스를 나눠 타고 모교를 찾은 선배들은 후배들과 토크 콘서트를 열어 인생 선후배로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용환 하이테크섬유 회장, 박수환 삼일회계법인 대표,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김성조 한국체육대 총장, 전면엽 5군수사령관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동문들이 참석했다. 신태용 감독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경기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달려왔다.

영남대는 총학생회와 함께 환영행사를 열어 선배들을 맞았다. 전재희 전 장관은 “후배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선배들이 경험을 들려주며 응원하는 자리”라며 “후배들이 모교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큰 뜻을 품도록 부모 같은 마음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박수환 대표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모인 재학생 500여 명에게 “자기가 열심히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며 “목표가 세워지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로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격려했다.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한 졸업생을 위해서도 선배들은 관심을 쏟는다. 영남대 재경 총동창회는 매년 서울과 수도권에 취업한 후배들을 위해 환영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배들이 직장에 잘 적응해 인정받는 인재가 되도록 조언하는 자리다.

최근 열린 행사에서도 윤상현 재경 총동창회장(일신전자무역 대표·66)을 비롯해 윤동한 한국콜마 대표, 김장실 국회의원, 주호영 국회의원, 박철규 K-밸리(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분야별 선배 200여 명이 참여했다. 신태용 감독도 달려왔다. 선배들은 취업에 성공한 후배 150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경험을 들려주는 등 후배들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

2014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취업 동문 환영회에 참석한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주호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오른쪽에서 첫 번째) 등 영남대 재경동창회 회원들이 취업에 성공한 후배들을 축하하고 있다.
2014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취업 동문 환영회에 참석한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주호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오른쪽에서 첫 번째) 등 영남대 재경동창회 회원들이 취업에 성공한 후배들을 축하하고 있다.


윤 회장은 “선배 동문들은 사회 초년생인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이어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20년 후에는 선배 위치에서 이런 자리를 잘 계승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배들은 “어려운 상황도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영남대의 정신”이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삼성증권에 취업한 정진국 씨(27)는 “대학 4학년 때 이 자리에 참석했을 때 ‘내년에는 취업해서 참석하고 싶다’고 다짐했다”며 “선배들에게서 받은 관심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영남대 졸업생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창립한 미주총연합동창회(회장 이일건)도 활발하다. 시카고 뉴욕 워싱턴 등 10개 지역에 동창회가 결성돼 있다. 올해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정기총회에는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동문 130여 명과 로스앤젤레스 지역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영남대 학생 30여 명이 참석했다. 동문 선배들은 모교 발전을 위해 1만 달러를 기탁하는 한편 영남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 중인 후배 3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다음 총회는 2017년 애틀랜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일건 회장(64)은 “후배들이 넓은 세상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도록 미주총연합동창회가 앞장서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장학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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