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 모집에 45개국 277명 지원, 새마을정신 배우기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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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높이 날다]박정희새마을대학원

박승우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장(왼쪽)이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새마을정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승우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장(왼쪽)이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새마을정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의 개발을 이끈 새마을정신을 배워 고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에콰도르 교육과학기술부 마리아 베르메오 전 차관보(30·여)는 최근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 지원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보좌관을 거쳐 2013년부터 최근까지 차관보를 지내는 등 에콰도르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다.

영남대가 지난달 외국인을 대상으로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의 하반기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31명 모집에 45개국 277명이 지원해 8.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2년 처음 외국인 신입생을 모집한 이후 최고 경쟁률이다. 올해는 세계 각국의 고위 인사들이 지원했다.

티모르 요르단 팔레스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에라리온 이집트 바누아투 아제르바이잔 멕시코 코스타리카 페루 등 11개 국가에서는 첫 지원자가 나왔다. 대학원 관계자는 “새마을 개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크게 높아진 증거”라고 말했다.

2011년 11월 설립된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자립경제기반 구축에 필요한 지도자 양성을 위한 대학원이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와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자립지원 원조모델을 개발해 인류공영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개도국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글로벌 새마을 리더로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52개국 258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입학했고 올해 8월 현재 125명이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생들의 국가 다양성 측면은 단일 대학원으로는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많은 나라의 인재와 각국 개발 분야의 공무원, 실무자가 교류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도 실력과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영남대 캠퍼스에서 1일 열린 새마을 조기 청소의 날 행사에서 박정희새마을대학원 학생들이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영남대 캠퍼스에서 1일 열린 새마을 조기 청소의 날 행사에서 박정희새마을대학원 학생들이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9월 현재 34개국 유학생 116명은 매월 1차례 캠퍼스에서 ‘새마을 조기 청소의 날’을 실천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이들이 오전 6시 반부터 새마을노래에 맞춰 캠퍼스 정문에서 본관까지 곳곳을 청소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요즘은 교직원과 학생들도 동참한다.

필리핀 출신의 나바로 사라 에라인 씨(30)는 “단순히 청소에 머물지 않고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을 다지는 것이라 생각해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학위를 받아 고국에 돌아가면 조기 청소와 같은 단체 활동을 비롯해 새마을운동이 나라 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한국 개발 정책의 성공 요인 중심으로 진행한다. 그중 새마을운동의 원리와 철학은 핵심 콘텐츠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이론뿐 아니라 현장을 골고루 익히도록 한다. 학생들은 농업기술센터와 농산물 재배 농가를 찾아 첨단 기술도 배운다. 구미 삼성전자와 포항 포스코 등 산업시설도 둘러보고 첨단 기술을 경험한다. 1년에 3학기로 운영되며 교과 과정을 이수하고 마지막 4학기 때는 고국으로 돌아가 논문을 작성해 제출한다.

이 같은 학기 운영은 1년만 휴직하면 공부를 할 수 있어 개도국의 정부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지원자에게 큰 이점이다. 베트남 출신 레티하투 씨(28·여)는 환경 정책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3월 입학했다. 그는 “새마을대학원은 경력을 쌓고 역량을 개발하기 좋은 교과과정으로 짜여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졸업생은 새마을정책 개발 전문가로 고국의 정부 및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르완다 갓시보의 시장에 당선된 가사나 리처드 씨(40)가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서울에서 외교사절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여는 것도 국제적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다.

2008년부터는 경북도와 함께 ‘글로벌새마을포럼’도 열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지구촌 공동 번영과 상생 협력의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국제학술대회다. 향후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열린 5회 행사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38개국 500여 명이 참석해 각국 현안 해결과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은 지난해 3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도국 개발을 위한 지도자 양성사업 석사과정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같은 해 이 사업의 평가 1위에 올랐다. 올해 4월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개도국 공무원 석사학위과정 운영기관으로 추가 선정되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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