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유출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아줍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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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담-혜문 스님 운동본부 발족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 단체가 반환을 추진 중인 김시습의 사리(위쪽)와 수종사 불상.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 제공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 단체가 반환을 추진 중인 김시습의 사리(위쪽)와 수종사 불상.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 제공
유학자이지만 불교에 귀의했던 매월당 김시습(법명 설잠·1435∼1493)의 사리는 어디에 있을까? 전국을 방랑하던 김시습은 충남 부여 무량사에 머물다 죽음을 앞두고 “죽으면 3년 동안 화장하지 말라”고 유언했고, 3년 뒤 무덤을 열었더니 시신 모습이 살아있는 사람과 같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무량사 승려들은 그를 화장한 뒤 부도(浮屠·스님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돌탑)를 세워 그의 사리를 봉안했다.

일제 당시 폭풍으로 부도가 쓰러졌을 때 발견된 사리를 국립부여박물관이 보관했지만 오래도록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문헌을 뒤져 이 사리의 소장처를 알게 된 혜문 스님은 4일 “지난해 부여박물관에서 특별열람을 해보니 사리가 플라스틱 바구니에 휴지 같은 종이로 싸여 보관되고 있었다”며 “설잠대사의 사리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수장고에 방치되는 것보다 부도가 있는 원래 소장처인 무량사에 다시 봉안해 예우를 갖추는 게 옳다”고 말했다.

도난 등을 거쳐 국내외로 유출된 불교 문화재를 사찰로 되돌려주자는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이 4일 발족했다. 최근 한국 반환 계획이 확인된 문정왕후 어보 환수를 비롯해 우리 문화재 지키기 활동을 펼쳐 온 혜문 스님 등이 운영위원을 맡았다. 상임대표는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이다.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은 경기 남양주시 수종사의 팔각오층석탑에서 1957년과 1970년 발견된 불상 31구 중 분실됐다가 최근 동아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2구도 수종사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분실된 불상은 모두 12구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도 6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영담 스님은 “국내에 소재가 파악된 불교 문화재부터 제자리로 돌리겠다는 취지”라며 “약탈돼 해외에 있는 불교문화재의 목록을 작성하고 환수하는 운동에도 바로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은 먼저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함께 추진 중인 일본 오쿠라 집고관 소재 평양 율리사지 석탑의 반환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영담 스님은 다음 주 일본에서 조불련 관계자를 만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불교문화재#영담-혜문 스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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