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무원골프대회, 그린 밖선 50여명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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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자기 조상 이름까지 바꿔가면서 골프장에 나오는 그런 짓은 안 했으면 합니다.”

5일 낮 12시 경남 창녕군 장마면 한 골프장에서 열린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공무원 골프를 금기시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골프 120년 역사에 공무원 골프대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도는 이 대회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대회에는 경남도 3개팀과 18개 시군 27개팀 등 총 30개팀, 120명의 공무원이 ‘선수’로 출전했다. 시군 선수들은 각기 다른 조에 편성돼 경기를 벌인 뒤 스코어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참가자들은 25만 원씩 경비를 부담했다.

홍 지사와 최구식 서부 부지사, 하병필 기획조정실장, 허기도 산청군수, 예상원 도의원 등 20명으로 꾸려진 ‘친선팀’은 5개조로 나뉘어 따로 라운딩을 했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자주색 상의, 흰색 바지를 입은 홍 지사는 최 부지사, 박재기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과 한 조였다.

홍 지사는 “정권이 바뀌거나 무슨 일만 있으면 공무원 기강 확립에 골프를 이용하는데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등산이나 축구는 괜찮고 골프는 안 된다는 위정자의 인식은 정말 잘못된 것이어서 이를 바꾸기 위해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이 ‘관피아’ 논란에 휩쓸리고 연금개혁 과정에서 사기가 떨어졌다. 공무원 사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융성할 수 없다”며 대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우승(상금 300만 원)은 4명의 스코어를 합쳐 321타를 친 하동군팀에 돌아갔다. 1∼3위 팀에는 공무원 행사 경비로 책정된 예산에서 100만∼300만 원의 상금을 줬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회원과 학부모 등 50여 명은 골프장 입구에서 ‘골프 치는 돈은 있고 아이들 밥값은 없나요’ ‘도민 정서 거스르는 골프대회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홍 지사는 이들이 시위를 시작하기 두 시간 전쯤 골프장에 들어가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취재 경쟁이 가열되면서 일부 매체는 골프장 측이 취재를 막자 무인항공기(드론)를 띄웠다가 골프장 측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창녕=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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