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후원금 한도 올리되 투명하게… 불법로비 처벌 강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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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편법 후원금 모금 甲질]
국회의원 입법로비 수사 1년 그후… 정치전문가 10명 설문결과

북적이는 정책토론회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정책토론회 앞에 몰려든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출판기념회가 사라지면서 그 빈 자리를 각종 토론회가 메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북적이는 정책토론회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정책토론회 앞에 몰려든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다. 출판기념회가 사라지면서 그 빈 자리를 각종 토론회가 메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를 2억 원으로 증액하라”는 의견을 냈다. 후원금 한도가 2004년 ‘오세훈법’ 제정 이후 11년 동안 1억5000만 원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또 법인과 단체에 연간 1억 원 이내의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거 정경유착의 폐해 등으로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일절 금지됐다”면서도 “대가성이 전혀 없는 사회공헌적 성격의 정치자금 기부까지 전면 금지하는 건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6일 정치 전문가 1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돈줄은 풀어주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명 중 6명은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액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3명) “한도액을 줄여야 한다”(1명) 순이었다. ‘단체 및 법인의 후원금 허용 여부’를 두고는 찬성(6명)이 더 많았다. 불법 입법로비를 막을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로비스트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 5명 △반대 4명 △조건부 찬성 1명 등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 “후원금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후원금 증액 한도와 단체 및 법인 정치자금 기부 허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전문가들은 “후원금의 액수를 늘리고 줄이기보다 얼마나 투명하게 후원금을 관리하고 집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자금은 ‘민주주의의 모유’와 같다”며 “과정과 절차만 뒷받침된다면 후원금 액수나 단체, 법인의 기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상한선을 올리는 게 좋다”면서도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쌍방이 처벌받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후원금 상한선을 올려야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돈 쓰는 정치가 너무 만연해 병폐가 심각하다”며 반대했다. 김 교수는 “정치와 기업 권력의 자연스러운 결탁을 오히려 법적으로 조성해주는 셈”이라며 “정경유착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금지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도 “단체 및 법인의 기부를 허용하면 제도적으로 금권선거의 길을 활짝 열어놓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동원된 소액 후원금은 불법”

‘쪼개기 후원금’ 관련 입법로비 수사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개인의 정치 참여를 높이려는 소액후원금제의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익명 기부를 허락한 만큼 누가 낸 돈인지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자발적 후원이 아닌 조직적으로 동원된 후원금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소액을 후원하는 건 권장해야 한다”면서도 “집단적으로 동원해 법의 허점을 이용한다면 강력하게 처벌해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0만 원 미만까지 허용된 익명 기부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국회의원이 어느 단체로부터 얼마를 받았다고 밝히고 유권자들이 합당한 의정 활동이었는지 심판하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입법로비 자체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며 “우리가 단체와 법인의 기부를 막아놓고 있기 때문에 작은 단체들은 작은 돈을 모아 낼 수밖에 없다. 다만 법적으로 세세하게 규정해 가능한 것과 금지된 것을 명확히 구분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음성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려면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을 두고 작은 돈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정치를 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로비 양성화” vs “정서상 시기상조”

미국 같은 로비스트제 도입을 두고는 “법적 장치만 제대로 마련하면 로비를 양성화해도 된다”는 주장과 “국민 정서상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로비를 법적으로 근절시키면 로비의 ‘단가’만 높아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난다”며 “미국처럼 로비금 상한선을 두고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복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아직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로비스트 도입은 어렵다”며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국회의원과 집단이 로비를 받게 되면 공공성이 파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비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 논리에 따라 입법이 이뤄져 사회적 약자인 집단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권재희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노아름 인턴기자 경희대 철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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