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숙해야 할 홍준표 지사 공무원 골프대회 열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0시 00분


코멘트
박근혜 정부에서 골프에 관한 한 공무원들은 위축돼 있다. 역대 정부에 비해 그 강도가 센 편이다. 공식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허용하지도 않았다. 공무원들이 분위기를 살펴 알아서 안 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골프 치지 말라고 한 적 없다”면서도 “바빠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고 했다. 올 2월 국무회의에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골프 얘기를 꺼내자 “그런 것 솔선수범하라고 하면 기쁘세요”라고 물었다. 사실 공무원들이 휴일이나 휴가 때 자기 돈 내고 골프 치는 것까지 못 하게 하는 건 지나치다. 그러나 도지사가 나서 보란 듯이 전례 없는 공무원 골프대회를 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그제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1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강행했다. ‘제1회’라고 이름 붙인 것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열겠다는 의미다. 홍 지사는 개회식에서 골프를 ‘국민적 스포츠’라고 소개하면서 “(공무원들에게) 등산과 축구는 해도 되고 골프는 못 하게 하는 위정자의 인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사기 진작을 위해 골프대회를 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골프 붐이 일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비용과 접근성 면에서 볼 때 골프를 국민 스포츠라고는 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는 경남도의 전체 공무원 2만3000여 명 가운데 140여 명만 참가했으니 공무원 사기 진작이란 취지도 무색하다. 참가자들은 각자 25만 원씩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했다. 1∼3위의 팀에 준 상금 600만 원은 홍 지사가 자신의 업무추진비에서 댔다고 하나 그 돈 역시 국민 세금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이나 도내 전면 무상급식의 폐지처럼 논란이 심한 사안들을 신념에 따라 뚝심 있게 밀어붙여 지지층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공무원 골프대회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그는 1억 원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몸이라 어느 때보다 자숙해야 할 상황이다. 고위 공직자에겐 톡톡 튀는 배짱보다 절제하고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공적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숙#홍준표#공무원#골프대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