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에 퇴직금 투자해 노후자금 불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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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펀드’ 굴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의 노후대비 조언

“한국인의 노후 준비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잘 안돼 있습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57·사진)은 최근의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대뜸 이런 얘기를 꺼냈다. 중국 경제위기나 코스피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전략 등의 답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런 건 직원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며 크게 웃은 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전국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노후 준비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미국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의 리 사장은 요즘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재테크 강연 요청에 바쁘다. 최근 1주일 동안에도 부산, 울산, 대구, 경북 구미, 경기 수원, 충북 진천에 다녀왔다. 그는 “중소기업 종사자나 학부모 모임 등에서 요청이 오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면서 “이들은 대체로 노후 준비가 안 돼 있어 투자의 중요성을 시급히 깨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 사장은 ‘자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라거나 ‘버는 돈이 너무 적다’ 혹은 ‘퇴직금은 무조건 안전하게 보관해야지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이들의 생각을 편견이라고 본다. 그는 “자녀 교육비 지출은 줄여야 하고, 적은 돈 중에서도 일부를 헐어 투자해야 하며, 퇴직금도 주식이나 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노후의 자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가 재테크 모임에 자주 불려 다니는 건 2014년 1월 취임 후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은 리 사장 취임 당시 수익률 면에서 업계 꼴찌 수준이었다.

리 사장은 취임 후 부진한 펀드를 모두 정리하고, 장기 및 가치투자를 전략으로 하는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운용에만 집중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연간 수익률 14.86%로 업계 1위로 뛰어올랐고, 올해에도 8월까지 32%의 수익률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설정액은 8월 말 현재 약 1조5000억 원으로 불어나 ‘공룡펀드’가 됐다.

펀드 운용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리 사장은 올해 6월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도 8월 말 현재 설정액이 약 3900억 원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리 사장은 “명품펀드를 키워 투자자와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취임 당시의 목표를 생각보다 빨리 이뤘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20∼30년을 함께할 동업자를 구하는 마음으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 했다. 또 메리츠자산운용이 내년 중 내놓을 펀드는 헬스케어 펀드나 중국 및 아시아의 주식형 펀드라고 귀띔했다. 세계 제조업의 대량 생산 기지인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성장성이 유럽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수출기업이 이끌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는 앞으로 높은 기술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춘 기업이 유망할 것이고, 그 중심에 헬스케어 산업이 설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리 사장은 “앞으로도 회사의 외형만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펀드를 내놓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투자 덕분에 행복하다는 말, 노후 걱정을 덜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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