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자비 부담’ 한두 번 아냐… 총 맞고 무장공비 잡은 장교는 진급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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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9월 5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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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할 처지에 놓인 하재헌 하사. 사진= 하 하사 페이스북 갈무리.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할 처지에 놓인 하재헌 하사. 사진= 하 하사 페이스북 갈무리.
‘치료비 자비 부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21) 하사가 향후 병원 진료비를 자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군에서 나라를 위해 다친 장병에게 치료비 자비 부담하게 하는 악습은 처음이 아니다.

이종갑 예비역 소령은 지난 1996년 무장공비 추격작전 중에 팔에 관통상을 당했다. 그는 군 생활 18년 중 10년을 북파공작원(HID) 교관으로 근무하며 96년 당시 육군 3군단 정보분석장교로서 북한군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짰다.

지난 1996년 9월 18일, 북한군 25명을 태운 잠수함이 강릉시 대포동 앞바다에서 좌초된 채 발견됐다. 침투 당일 이광수는 민가에 숨어있다 잡혔고 이후 11명은 자살, 11명은 교전 끝에 사살됐다.

이들 사살된 북한군은 대부분 승조원에 불과했고 살아남은 침투조 2인은 49일째인 11월5일 새벽, 강원 인제군 용대리에서 우리군 초병들과 교전했다.

이 씨는 ‘이번에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현장에 출동했다. 탄피를 분석하며 도주방향을 예측하던 순간, 해가 막 떠올라 시야가 잠시 가려지는 사이 숲 속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첫 발은 이 씨의 왼팔 윗부분을 관통해 뼈와 살이 뜯겨졌고, 나머지 두 발은 팔꿈치 아랫부분을 스쳤다. 계속되는 총격에 근처에 있던 장교 3명과 병사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북한군 2명은 뒤쪽에서 덮친 특전사 요원들에 의해 모두 사살됐다.

이종갑 예비역 소령의 부상은 심했다. 오른다리 정강이 뼈를 잘라 왼팔에 붙이고 혈관도 이식했지만 뼈와 근육을 간신히 연결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살은 여전히 움푹 파여있고 왼팔과 왼손가락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시련은 그 다음이었다.

병원에서 1년 정도 치료를 받자 육군 3군단은 “치료기간이 길어져 소속부대가 바뀌었다”면서 관사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졸지에 가족들은 떠돌이 신세가 됐다. 900여만 원의 병원비도 절반 정도는 본인이 먼저 내고 몇 년이 지나 할부로 나눠 받는 방식이었다.

작전이 끝나자 40여명이 훈장, 20여명이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부상자들은 모두 참모총장 표창에 그쳤다. 이듬해인 97년, 중령 진급심사가 있었다. 그는 전상(戰傷)을 입었고 과거 최우수 교관으로 선정되는 등 촉망 받는 군인이었기에 진급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그는 탈락했다.

앞서 지난달 4일 북한의 지뢰 도발 당시 중상을 입은 김정원(23) 하사와 하 하사는 곧장 헬기에 실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오른쪽 발목만 잃은 김 하사와 달리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이 필요했던 하 하사는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다시 이송돼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실에 따르면 민간 병원에서 치료 중인 하 하사는 4일부터 청구되는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내야 한다. 현행 군인연금법 제30조 5항이 군인에 대한 민간병원에서의 공무상 요양비 지급 기간을 ‘최대 30일’로 제한해 놨기 때문이다.

일반 공무원보다도 못한 처우다. 공무원연금법 제35조는 공무원의 공무상 요양 비용은 2년치까지 보전해줄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은 불가능해 하 하사는 현행 규정대로 4일 이후 발생하는 치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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