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없이 대형선박 운행하다 ‘쾅’…승선의무 어기고 446차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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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2일 오전 5시 전남 여수시 낙포부두 인근 바다. 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J호(8299t)가 화학물질 운반선 S호(3375t)와 충돌했다. 연간 6만 척의 대형선박이 운항하고 있는 광양·여수항 앞바다에선 간혹 선박충돌로 인한 오염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사고예방을 위해 광양·여수항을 오가는 대형선박에는 오랜 선장 경력에 바닷길 특성을 꿰고 있는 도선사가 승선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 컨테이너선 J호에는 도선사가 타지 않았고 S호에는 도선사 탑승했다. 두 선박 충돌사고가 났지만 다행히 해양오염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선박파손으로 12억 원 정도의 재산피해만 발생했다. J호에 도선사가 탑승했다면 선사가 지불해야할 도선비용은 100만 원 정도였다.

해경은 J호에 도선사가 탑승하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했다. 500t급 이상 대형선박이 광양·여수항이나 부산·울산·인천·평택항 등 큰 항만에 입항할 때는 도선사가 승선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선박은 예외적으로 선장의 해당 항만 왕복운항 횟수, 선적 화물의 위험정도 등을 감안해 도선사가 타지 않아도 입항을 허가해준다.

해경 수사결과 항만 입출항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해운대리점 Y사에서 공문서인 국토해양부 장관명의의 운항선박명세서를 위조해 도선사를 승선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J호가 소속된 H해운회사 선박 6척은 모두 파나마 선적이었지만 국내 선적인 것처럼 공문서를 위조해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해 도선사 승선을 면제 받았다. 해운대리점과 선박회사는 회당 5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인 도선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이 같은 가짜 서류를 꾸몄다.

전남 여수해양경비안전서는 4일 H해운회사 외항선박 6척에 대해 도선사 승선을 면제받도록 공문서를 위조해 제출한 혐의(공문서 변조 및 행사 등)로 신모 씨(65) 등 해운대리점 Y사 관계자 2명을 구속했다. 해경은 또 이모 씨(46) 등 H해운회사 직원 2명과 전모 씨(56) 등 H해운회사 소속 외항선 6척의 선장 14명을 도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신 씨 등은 H해운회사 소속 외항선 6척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허위 공문서를 제출로 도선사 승선의무를 446차례 어기고 여수항을 입출항해 3억 5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여수항이외에 다른 큰 항만에도 이같은 위험 운항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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