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중구’ 세포가 길 안내, ‘킬러’ T세포가 추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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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가 호흡기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 실시간 촬영해보니
재미 한국인 과학자 세계 처음 규명

6월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 매년 겨울 찾아오는 인플루엔자까지. 호흡기 바이러스는 호시탐탐 인체를 위협한다. 다행히 우리 몸에는 ‘방어군’인 면역세포가 있어 이들의 침략에 맞서 싸운다.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인 김민수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교수(사진)가 이끄는 연구팀은 면역세포가 호흡기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사이언스’ 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중광자현미경’이라는 최첨단 초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쥐의 체내에서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가 협업하는 영상을 얻었다. 이들 면역세포는 마치 개미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듯 각자 맡은 일을 수행했다.

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好中球)’ 세포의 역할이 가장 인상적”이라며 “이 세포는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헨젤이 길을 찾기 위해 빵 부스러기를 흘리는 것처럼 화학물질을 흘려 다른 면역세포를 바이러스가 있는 곳으로 유인한다”고 밝혔다.

호중구 세포는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을 때 가장 먼저 바이러스 감염 위치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에서 호중구 세포가 바이러스가 있는 호흡기로 이동하면서 화학물질(CXCL12)을 남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화학물질을 지표로 삼아 ‘킬러’ 면역세포인 T세포가 바이러스가 몰려 있는 호흡기로 쫓아갔다. 호중구 세포가 다른 면역세포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체내 면역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더욱 자세히 알게 됐다”며 “향후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호중구#킬러#t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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