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美 불안-日 불만 씻어낼 설득외교 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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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승절 참석 이후 新외교전략은… G2 사이 ‘진영외교’ 탈피 선언한 셈
美의 ‘중국경도론’ 우려 불식시키고 日 “한미일 공조 균열” 반발 달래야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장 성루에 선 모습은 세계 각국에 분명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맹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놓고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세력 충돌을 헤쳐 나가겠다는 대한민국의 ‘신(新)외교’ 선언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한국이 과거 냉전시대 ‘진영 외교’의 잔재를 탈피하겠다는 공개적 선언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신외교’ 선언은 북한을 변화시키고 한반도의 안정을 이끄는 것이 한국의 국익(國益)과 직결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시위라는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두고 찬반 논란도 많았다. 이제 외교적 혼선과 논란을 정비하고 한국 외교의 방향을 가다듬는 ‘전승절 이후(포스트 전승절) 외교’ 전략을 짤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맹방인 미국의 만류를 알면서도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강행한 결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한미 관계가 그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한편 미국 보수파의 눈에는 “한국이 중국에 너무 기운 것 아니냐”고 믿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박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력시위를 지켜보는 장면을 미국이 곱게 바라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이 틈새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빌미로 “한미일 협력이 제대로 안 되는 건 한국 때문”이라는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당장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으로 기울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으로서는 제1의 교역 대상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설명이 필요했지만 전승절에 불참하려면 중국에 훨씬 많은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G2 사이에서 대한민국 외교는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다는 얘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단독 오찬을 하는 등 최상의 예우를 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의전만큼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내실이 있었는지 따져보고 요구할 사안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정상회담 발표문과 달리 중국 측 설명 자료는 △한반도 통일 △북핵 6자회담 재개 등 한국의 관심 분야를 건조하게 다뤘을 뿐이다. ‘한반도 통일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 ‘의미 있는 6자회담 조속 재개 공감’ 등은 한국 발표문에만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이런 발표를 양해한 것이지만, 이는 앞으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한국의 몫이라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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