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 합의案’ 美의회 문턱 넘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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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 34명 지지 선언해… 핵협상 폐기 사실상 불가능
공화, 하원서도 저지 쉽지않아

미국 등 서방 주요국과 이란이 만들어낸 핵협상 합의안(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원안대로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지키는 데 사실상 성공하면서 큰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바버라 미컬스키 상원의원은 2일 상원에서 34번째로 이란 핵협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컬스키 의원은 성명을 내고 “미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시킨다고 해서 이란이 일부 정치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미국을 주축으로 서방 주요국들이 힘을 합칠 때 이란의 핵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협상에 부정적인 기류가 다수인 상원에서 핵협상을 부인하는 결의안을 내놓을 경우 거부권으로 맞설 방침이었다. 그런데 미컬스키 의원의 지지 선언으로 상원 내 이란 핵합의안 지지 의원 수가 모두 34명으로 증가하면서 상원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사라졌다. 상원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려면 전체 100석의 3분의 2가 넘는 67석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크리스 쿤스, 밥 케이스 상원의원도 1일 이란 핵협상 지지를 선언했다. 지금까지 핵협상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상원의원 34명 중 32명은 민주당, 2명은 무소속이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이스라엘의 거센 반대에도 기념비적인 외교 정책의 승리를 지켜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만일 의회가 이란 핵합의안을 거부한다면 중동지역은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는 하원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다. 공화당의 하원 의석수는 246석으로, 민주당(188명)과 무소속(1명)으로부터 44표의 이탈표를 끌어내야 오바마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핵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소속 의원들에게도 하루빨리 지지 입장을 공개 천명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핵합의안에 대한 미 의회의 검토 시한이 17일로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합의안의 의회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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