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슈틸리케가 원하는대로 됐다…약체 라오스에 8-0 대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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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61)은 3일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경기력이 저하된 유럽파에게는 “대표팀을 집처럼 생각하라”며 경기력 회복을 주문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급성장한 국내파에게는 대표팀 골격인 유럽파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마지막은 새로 발굴한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이정협(상주 상무)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기를 바랬다.

모든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대로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4위인 약체 라오스를 상대로 한국(FIFA 랭킹 57위)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최다 골 차인 8-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가 더욱 반가운 것은 월드컵 본선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아래 팀을 꾸려온 슈틸리케 감독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고,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력이 저하됐던 유럽파는 완벽히 살아났다.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은 2013년 11월 스위스전 이후 22개월 만에 A매치(성인 국가대표 간 경기) 골을 터뜨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두 차례 큰 부상을 당해 대표팀 내 주전 위치까지 흔들렸던 그는 완벽히 부활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성한 ‘400억 원의 사나이’ 손흥민(23)은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밀집 수비를 뚫을 측면 공격을 강화할 생각으로 이청용과 손흥민을 뽑았다”고 했다. 왼쪽과 오른쪽 에이스인 손흥민과 이청용이 살아나면서 대표팀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가진 날개를 갖게 됐다.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끈 ‘젊은 국내파 삼총사’도 대표팀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측면 수비수 홍철(25·수원)은 3개의 도움을 올리는 등 상대 수비를 완벽히 허물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권창훈(21·수원)은 전매특허인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A매치 데뷔 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렸고, ‘리틀 이청용’ 이재성(23·전북)도 후반 추가시간에 골 맛을 봤다. 이들의 활약으로 대표팀은 건강한 경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주장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국내파의 활약이 대표팀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협 외에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았던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문제도 해결책이 마련됐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24·비토리아)은 이날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A매치 데뷔 골까지 터뜨렸다. 새로운 선수 발굴을 위해 국내 경기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 경기까지 꾸준히 챙겨본 슈틸리케 감독의 노력과 안목이 빛난 순간이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은 나날이 좋아지는 팀”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차 예선 2연승(승점6)을 달린 대표팀은 8일 열리는 레바논 원정 경기를 위해 4일 출국한다.

화성=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대승을 기록해 기쁘다. 상대가 전원 수비전술을 펼칠 거라 예상했고 선수들에게 침착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선수들이 주문한대로 잘 해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패스미스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세트피스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스티브 다비 라오스 감독=한국은 선수 모두가 ‘포뮬러 1’ 자동차 같았다. 좋은 선수들과 좋은 조직력을 선보였다. 손흥민은 클래스가 달랐다. 한국에 와서 많은 것을 배웠다. 라오스 축구에 좋은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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